자전거쪽지 2015.3.7.

 : 장갑아 잘 쉬렴



- 삼월 자전거는 장갑을 마지막으로 끼는 자전거이다. 이월에도 볕이 아주 포근한 날에는 며칠쯤 장갑 없이 자전거를 몰았다. 삼월에도 바람이 차면 장갑을 끼지만, 차츰 따스하게 바뀌는 바닷바람을 쐬면서 장갑을 벗는다. 처음에는 장갑을 끼고 집을 나섰으나, 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웃옷을 한 벌 벗고, 장갑도 벗어서 손잡이에 꽂는다. 등과 이마로 땀이 줄줄 흐르는구나 하고 느끼면서 달린다. 장갑아, 겨우내 고마웠어. 도라에몽 털장갑아, 겨우내 네 삼차원주머니 같은 멋진 장갑이 내 손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었구나. 이제 새겨울이 찾아올 때까지 폭 쉬기를 빌어. 겨울에 다시 만나자.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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