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옷을 챙길 적에



  우리 집에 셋째 아이가 오리라 기다리면서 두 아이가 갓난쟁이 적에 입던 옷을 그대로 두었다. 이제 이 옷가지를 추린다. 곁님 동생이 곧 아기를 낳기에 우리 집에 있는 갓난쟁이 옷가지를 챙겨서 보내려 한다. 조그맣디조그마한 갓난쟁이 옷가지를 만지작거리다가, 우리 집 큰아이가 태어날 무렵 이 아이 옷가지를 거의 안 챙기던 내 모습을 떠올린다. 아기 옷은 누가 챙기는가? 아기를 헤아리는 사람이 챙기지. 아기는 누가 헤아리는가? 아기를 제대로 바라보면서 마주할 사람이 헤아리지. 새롭게 찾아올 아기를 기다리면서 이 옷도 챙기고 저 옷도 챙기는 마음이란, 삶을 새롭게 짓는 몸짓으로 이어진다고 느낀다. 이런 마음과 몸짓은 갓난쟁이가 찾아온 뒤라야 비로소 싹틀까, 아니면 갓난쟁이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적부터 깊이 돌아볼 만할까, 아니면 아직 철이 덜 든 몸일 적에도 가슴에 사랑을 심으면 알 만할까. 누구나 막상 닥치면 다 할는지 모르지만, 닥쳐서 하기보다 스스로 삶과 사랑을 지으면서 아름답게 살림을 가꾼다면 더없이 맑게 빛나리라 느낀다. 4348.3.30.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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