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린네 16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491



가난한 살림에 지키는 한 가지

― 경계의 린네 16

 타카하시 루미코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5.2.25.



  타카하시 루미코 님 만화책 《경계의 린네》(학산문화사,2015) 열여섯째 권을 읽습니다. 일본에서는 이즈음에 스물다섯째 권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아홉 권이 더 한국말로 나와야 할 텐데, 앞으로 한국에서 스물다섯째 권까지 나와도 일본에서는 더 많이 나오리라 느낍니다.



- “로쿠몬, 널 위해 이러는 거야! 어서 치과에 가자!” “개차이여. 어하히 돈도 업자나여.” “도, 돈이라면, 어, 어떻게든 할게!” “업스며서. 피누무 흐미는 거 봐.” (8쪽)

- “로쿠도의 가난을 견디다 못해 악령이 됐구나!” “계약흑묘를 악령화시킬 만큼 가난하진 않거든?” “그럼 이 꼴은 대체 뭐냐?” (15쪽)





  《경계의 린네》에 나오는 ‘로쿠도 린네’는 언제나 가난합니다. 먹을것이 없어서 굶는 날이 있고, 날마다 온갖 부업을 해야 합니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버스삯이나 전철삯이 500엔인데, 린네는 바로 이 돈 500엔을 놓고도 홀가분한 날이 없습니다. 500엔만 있어도 하루가 아름다울 수 있다고 여깁니다. 이리하여, 린네는 어마어마한 살림꾼입니다. 아주 적은 돈으로도 모든 일을 할 수 있고, 아주 적은 것으로도 밥을 맛나게 지을 수 있어요.


  그러면, 린네는 누가 린네한테 돈을 펑펑 쏟아붓는다고 하면 어떻게 할까요? 린네는 돈 앞에서 무릎을 꿇을까요? 린네는 돈이라면 꼼짝을 못 할까요? 《경계의 린네》 열여섯째 권에서는 바로 이 대목을 살며시 다룹니다.



- “누가 우리 사기신 컴퍼니 사원들을 세뇌해서, 무상잔업을 거부하지 않나, 체납된 월급을 달라며 법적 절차를 밟지 않나, 심지어는 월급 인상까지 요구하며, 떼를 지어 제멋대로 날뛰고 있어!” “저, 그건, 정당한 노조활동 같은데요?” (47쪽)

- ‘다들 관심이 없는 게 아니었어. 그냥 무식했던 것뿐이야!’ (58쪽)





  돈이 많아서 즐겁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돈이 많은 사람한테 이녁 곁님이나 아이보다 돈이 더 즐거울 수 있을까요? 돈이 많은 사람한테 이녁 목숨보다 돈이 더 클 수 있을까요? 돈이 많은 사람한테 바람 한 줄기나 물 한 모금보다 돈이 더 대수로울 수 있을까요?


  아무리 돈이 있어도, 곁님과 아이가 없이 혼자여야 한다면 돈은 부질없습니다. 아무리 돈이 넘쳐도, 내가 오늘 저녁에 숨이 꼴깍 하고 넘어간다면 돈은 덧없습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숨을 못 쉬거나 물을 못 마신다면 돈은 그야말로 쓸모없습니다.



- “성불 못한 영의 기운을 느끼고 와 봤는데, 우연히 여기서 만나네.” “놀거리를 잔뜩 싸왔으면서?” “분명히 말하는데 아게하, 우리는 여기 놀러온 게 아니야.” “네 가방에 든 건 다 뭐고? 폭죽이네? 완전히 놀러왔으면서.” (124쪽)

- “근데 왜 이런 짓을 하는 거니? 네가 정말 바라는 소원은.” (136쪽)

- ‘사토루는 성불했습니다. 사념심지로 만든 모래인형, 그 모래에는 사토루의 마음만이 아니라, 그를 추억하며 목걸이를 간직한 나기사의 마음도 담겨 있었나 봅니다.’ (150쪽)






  사람이 살면서 누릴 것은 삶입니다. 삶 아닌 것을 누릴 까닭이 없습니다. 사람이 서로 사랑할 적에는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사랑이 있어야 사랑이지, 돈이나 힘이나 이름이 있대서 사랑이 되지 않습니다.


  만화책 《경계의 린네》에 나오는 린네는 언제나 금줄을 밟고 섭니다. 린네가 밟는 금줄 이쪽은 늘 린네를 꼬드기려 합니다. 린네가 밟은 금줄 저쪽은 늘 린네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린네는 제 할 일을 제대로 하는 아이로 있으면서도, 늘 마음속에 새로운 한 가지를 품습니다. 린네를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아이를 가슴에 묻습니다. 린네가 금줄에 서서 이리저리 헤매려 할 적마다 ‘린네 마음속에 있는 아이’가 린네를 바라보는 눈길을 느낍니다. 린네는 수없이 많은 꼬드김에 넘어갈 만하지만, 린네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이 눈길을 늘 느끼기에, 이 눈길을 돌아보면서 제자리를 찾습니다.



- ‘지급받은 조사비 500엔! 이걸 한 푼도 안 쓰고 사기신을 체포하면, 맘껏 호사를 누릴 수 있다!’ (154쪽)

- “악마 같은 건 세상에 없다니까?” “있거든. 진짜?” … “너, 악마를 소환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응?” (173쪽)





  가난한 살림에 지키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사랑입니다. 가난한 사람이 지키는 한 가지는 오직 사랑입니다. 가난하지 않은 사람이 바라는 것도 오직 사랑이에요. 돈이 많건, 이름이 있건, 힘이 세건, 이들도 모두 사랑을 바랍니다. 사랑이 있지 않다면, 돈도 이름도 힘도 아무 값이 없는 줄 누구나 압니다.


  우리가 갈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사랑이에요. 살을 섞거나 부비는 몸짓이 아닌, 마음으로 넉넉하고 포근하게 어루만지면서 다독이는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나아갈 길입니다. 이쪽과 저쪽에서 살몃살몃 흔들리는 린네는 바로 가슴에 사랑을 묻기 때문에 언제나 제길을 갈 수 있고, 이 만화책 《경계의 린네》는 아름다운 숨결을 나누어 줍니다. 4348.3.29.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