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기 나름
고흥군청에서는 ‘면내방송’조차 아닌 ‘군내방송’을 벌써 석 달째 날마다 아침 낮 저녁으로 한다. 지겨움을 넘어서 짜증이 일 만하지만, 이 군내방송이 퍼질 적마다 집에서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내가 하는 일을 더 깊이 돌아본다. ‘마음모으기 훈련’을 한달까. 아이들은 군내방송이 퍼질 적에 같이 흐르는 노래를 따라서 부른다. 시골에서 논둑이나 밭둑에 불을 지피지 말라면서 시골 할매와 할배를 윽박지르는 군내방송인데 “산에 산에 산에는, 산에 사는 메아리 ……” 하고 흐르는 노래를 띄운다. 오늘도 아이들은 벌써 두 차례나 이 노래를 부른다. 노래가 ‘나쁘다’고 여기지 않으니, 아이들이 군내방송 노래를 따라해도 그저 지켜본다. 이러면서 곰곰이 생각한다. 이런 군내방송조차 없다면 아주 고요하면서 멧새 노랫소리와 바람 부는 소리만 감도는 시골마을이기에, 군수님과 군청 공무원께서 우리한테 ‘문화를 누려 보라’는 뜻에서 시끄러운 스피커를 쩌렁쩌렁 터뜨리는 셈이라고. 4348.3.29.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