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생겼대
장 뒤프라 글, 넬리 블루망탈 그림, 조정훈 옮김 / 키즈엠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99



수수께끼 함께 풀자

― 바다가 생겼대

 장 뒤프라 글

 넬리 블루망탈 그림

 조정훈 옮김

 키즈앰 펴냄, 2012.7.13.



  드넓은 바다가 있어서 이 땅이 있습니다. 드넓은 바다가 없다면 이 땅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땅만 있으면 땅이 땅으로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땅만 있으면 어떠할까요? 아마 모든 땅은 쩍쩍 갈라지면서 메마르겠지요. 드넓은 바다가 햇볕을 드넓게 맞아들여서 따스하게 흐르기에 모든 땅이 싱그러우면서 푸르게 춤출 테지요.


  깊은 바다가 있어서 이 땅이 있습니다. 깊은 바다가 없다면 이 땅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땅만 있으면 땅에서 새로 나오는 갖가지 쓰레기와 주검은 갈 데가 없기 때문입니다. 땅만 있으면 어떠할까요? 아마 모든 땅은 썩고 찌들면서 죽음수렁이 되겠지요. 깊은 바다가 ‘땅에서 생긴 모든 쓰레기와 주검’을 빗물로 씻고 냇물로 쓸어서 바다로 흘러오도록 하기에 모든 땅에 기름지면서 해맑게 노래할 테지요.



.. 바다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콸콸콸 누가 수도꼭지를 틀어 놓아서 생긴 걸까? 궁금하지? 내가 이제부터 그 비밀을 말해 줄게 ..  (5쪽)




  장 뒤프라 님이 글을 쓰고, 넬리 블루망탈 님이 그림을 그린 《바다가 생겼대》(키즈앰,2012)라는 그림책을 읽습니다. 바다가 생긴 바탕을 짤막하면서 재미있고 뜻깊게 보여주려는 그림책입니다. 온갖 인문지식이나 철학을 끌어들이지 않고도 너르면서 깊게 바다와 삶과 별과 온누리를 밝히려는 그림책입니다.



.. 잠깐, 바위는 어떻게 생겨난 걸까? 그건 말이야 ..  (12쪽)



  그림책 하나는 아주 재미있습니다. 글 몇 줄과 그림 몇 점으로 얼마든지 이야기를 지어요. 그림책 둘은 아주 놀랍습니다. 글 두어 줄과 그림 한두 점으로 끝없는 이야기를 펼쳐요. 그림책 셋은 아주 아름답습니다. 글 한두 마디와 그림 한 점으로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나누어 주지요.




..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마시는 물도 아주 먼 우주에서 날아온 거야. 정말 놀라운 비밀이지 ..  (16쪽)



  지구라는 별을 이루는 모든 이야기는 그야말로 수수께끼입니다. 바다도 수수께끼이고, 흙도 수수께끼입니다. 해와 달도 수수께끼일 테고, 풀과 나무도 수수께끼예요. 이 수수께끼를 어떻게 풀까요? 과학으로 풀까요? 종교나 철학으로 풀까요? 학문이나 역사로 풀까요?


  아니에요. 이 모든 수수께끼는 바로 우리 ‘생각’으로 풀어요. 생각이 없으면 어떤 수수께끼도 풀 수 없습니다. 왜 그러할까요? 이 또한 수수께끼인데, 이 수수께끼를 ‘생각’해 보셔요. 우리가 생각을 해야 수수께끼를 풀 수 있어요.


  과학 실험도 ‘생각’이 낳습니다. 어떠한 일이 있으리라 하고 생각을 해야, 무엇을 실험할는지 알 수 있고, 바라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생각을 하는 내’가 있기에 모든 과학과 수학과 철학이 태어납니다. 생각이 없다면 아무것도 태어나지 않습니다. 이리하여, ‘관찰자’와 ‘양자’라는 두 가지를 맞물려 놓으면서 밝히는 참다운 과학인 양자물리학이 오늘날 새롭게 깨어났습니다. 그림책 《바다가 생겼대》는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고 길을 찾을’ 때에 수수께끼를 풀 수 있다는 조그마한 실마리를 넌지시 들려줍니다.




.. 오늘은 그만 자는 게 어때? 내일 다시 그 비밀을 말해 줄게 ..  (20쪽)



  그런데, 그림책 《바다가 생겼대》는 더 이야기해 주지 않아요. 오늘은 그만 자자고 말합니다. ‘굵고 짧으면’서 재미나고 알차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그야말로 깔끔하게 끝맺습니다. 오늘은 그만 자고, 이튿날 새 이야기를 들려주겠노라 말합니다.


  장 뒤프라 님과 넬리 블루망탈 님이 엮은 다른 그림책도 만날 수 있을까요? 틀림없이 뒷이야기가 다른 그림책으로 더 있으리라 느끼는데, 《바다가 생겼대》 다음으로 흐를 새로운 이야기도 만날 수 있을까요?


  새로운 그림책이 나올 수 있어도 반갑고, 새로운 그림책이 나올 수 없으면 우리가 스스로 생각해 보아야겠지요. 바다와 얽힌 수수께끼를 풀었다면, 흙과 나무와 꽃하고 얽힌 수수께끼를 우리가 스스로 풀고, 온누리와 별하고 얽힌 수수께끼를 풀어야지요.


  생각하면 다 할 수 있습니다. 슬기롭게 생각을 기울이면 우리는 누구나 모두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생각을 살찌우고 북돋우면서 멋진 넋을 빛내는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자랍니다. 예쁜 그림책을 길동무로 삼으면서. 4348.3.27.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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