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빛은 하루아침과 같아 (가을날 초피잎빛)
가을날 샛노랗게 물드는 초피잎빛은 이레쯤 흐른다. 가장 샛노란 날은 하루나 이틀쯤이고, 이레 남짓 흐르면 겨울바람이 찾아들어 며칠 사이에 초피잎이 모조리 떨어진다. 샛노란 잎을 보던 가을 막바지에서 겨울 첫머리로 넘어설 무렵 언제나 가만히 생각에 잠긴다. 샛노란 잎이 참말 있었나? 샛노랗게 눈부신 잎은 언제 있었나? 바야흐로 가을이 끝이고 겨울인가? 가을은 무엇이고 겨울은 무엇인가? 이 눈부신 빛은 어떻게 이곳으로 찾아왔다가 사라지는가?
새봄이 무르익어 옅푸른 초피잎이 돋는 삼월 끝자락에 지난가을 막바지 노란 잎빛을 새삼스레 그려 본다. 4348.3.27.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