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40. 살아서 움직인다



  살아서 움직이는 사람을 찍습니다. 죽어서 멈춘 사람을 찍지 않습니다. 살아서 노래하는 사람을 찍습니다. 죽어서 노래가 그친 사람을 찍지 않습니다. 살아서 사랑을 꽃피우는 사람을 찍습니다. 죽어서 사랑이 잠든 사람을 찍지 않습니다.


  코앞에서 마주하는 사람은 모두 ‘살아서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내 곁님이나 짝님을 사진으로 찍든, 이웃이나 동무를 사진으로 찍든, 낯설거나 아예 모르는 사람을 사진으로 찍든, 우리는 늘 ‘살아서 움직이는’ 사람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살아서 움직이는 사람을 사진으로 찍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볼까요? 살아서 움직이는 사람한테서 어떤 마음을 느낄까요?


  ‘죽은 사람’이 아닌 ‘산 사람’을 사진으로 찍기에, 우리가 찍는 사진에는 ‘살아서 움직이는’ 기운이 감돌기 마련입니다. 다만, 때때로 ‘살아서 움직이는’ 기운을 사진에 못 담기도 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내가 마주한 사람을 ‘산 목숨’이나 ‘산 숨결’로 바라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는 나와 사진에 찍히는 네가 모두 ‘싱그러운 목숨’이요 ‘사랑스러운 숨결’인 줄 깨닫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누구를 찍든 다 좋습니다. 어떤 사람을 찍든 다 괜찮습니다. 시인을 찍어야 하지 않고, 이름난 시인을 찍어야 하지 않습니다. 예술가나 정치가 같은 사람을 찍어야 인물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문화인이나 문학인을 찍어야 제값을 하는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사람을 사진으로 찍을 적에는, 나와 네가 가슴속에 고운 님을 품은 ‘살아서 움직이는’ 아름다운 넋인 줄 알고 느끼면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사진으로 찍는 사람한테서는 언제나 맑으면서 고운 기운이 스며나옵니다. 이 기운을 읽을 때에 ‘사람 찍는 사진’이 태어납니다. 4348.3.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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