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곯아떨어지기
엊저녁에 할 일이 있었는데 아이들을 재우면서 나까지 곯아떨어진다. 밤새 여러 가지 꿈이 찾아온다. 이 꿈 저 꿈 곰곰이 헤아리는데, 어느 꿈에서고 나는 길을 몰라 뚜벅뚜벅 헤맨다. 마지막 꿈에서는 함께 길을 걷던 사람을 등에 업고 짐은 두 손에 든 채 한참 길을 헤맨다. 나는 왜 스스로 고단하게 지낼까. 나는 왜 스스로 힘겹게 짐을 짊어질까. 기쁘게 짓는 웃음으로 춤을 추는 삶으로는 왜 나아가지 않을까. 꿈에서 깨지도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다가 문득 생각한다. 등떼기를 바닥에 붙이려고 하니 등떼기를 바닥에서 뗄 수 없구나. 일어나면서 웃으려고 생각해야지 일어날 수 있구나. 이제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두 아이 이불깃을 여미고 방바닥에 불을 넣는다. 물을 한 모금 마신다. 몸은 멀쩡하다. 잘 쉬고 잘 잤다. 새벽 세 시가 조금 넘는다. 4348.3.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