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39. 밥을 찍는다
늘 맛있게 먹는 밥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너와 내가 함께 먹는 밥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나는 밤솜씨를 자랑하려고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기쁘게 먹는 밥 한 그릇이기에 사진을 찍습니다. 그러나, 상업사진을 찍느라 밥 한 그릇을 멋지게 보이려고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을 테지요. 다만, 상업사진을 찍는 몇몇 사람을 뺀 우리 모두는 밥 한 그릇이 고맙고 즐거우면서 반갑기에 사진을 찍습니다.
누리그물에서 ‘눈에 띄는 누리꾼(파워블로거)’이 되려고 밥을 사진으로 찍을 까닭은 없습니다. 그러나 적잖은 사람은 ‘다른 사람 눈에 뜨이려’는 뜻으로 밥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멋있게 보이도록 사진을 찍고, 어떤 물건을 홍보하려는 뜻으로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돈을 벌려고 사진을 찍으며, 이름값을 얻으려고 사진을 찍습니다.
곰곰이 생각해야 합니다. 이름을 날리거나 돈을 벌려고 글을 쓰는지요? 이름을 날리거나 돈을 벌려고 노래를 부르는지요? 이름을 날리거나 돈을 벌려고 골프·야구·축구·수영 따위를 하는지요? 오직 ‘이름 날리기’와 ‘돈벌이’를 헤아리면서 하는 사진·글·그림·예술·문화 따위라면, 이런 사진이나 글이나 그림이나 예술이나 문화란 무엇일까요?
언제나 알뜰살뜰 차린 밥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내가 맛나게 먹고 너도 맛있게 먹는 밥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밥자랑을 하려고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 밥 한 그릇에서 새로운 기운을 얻으니 신나게 사진을 찍습니다. 밥에서 흐르는 기운은 우리 몸으로 스며들고, 밥을 찍은 사진에서 감도는 기운은 우리 마음에 스며듭니다. 나는 너와 동무가 되려고 사진을 찍습니다. 너는 나와 이웃이 되려고 사진을 찍습니다. 4348.3.25.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