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자이언트 SE
브래드 버드 감독, 제니퍼 애니스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아이언 자이언트

The Iron Giant, 1999



  만화영화 〈아이언 자이언트〉를 본다. 지구별에 무시무시한 로봇이 하나 떨어진다. 이 로봇이 맡은 일은 아마 ‘지구 궤멸’이었지 싶다. 그런데, 이 로봇은 지구별에 떨어지면서 머리를 다친 듯하다. 그래서 그냥 쇠붙이만 먹어댄다. ‘지구궤멸 같은 일’을 하도록 프로그램이 짜인 로봇은 제 일을 잊으면서 ‘착한둥이’가 된다. 그럴밖에 없지. 아무리 무시무시한 주먹힘을 휘두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남을 때려!’나 ‘남을 죽여!’ 같은 말을 잊어버리면, 착한 길로 접어든다.


  지구별에서 무시무시한 로봇을 본 아이는 처음에는 무섭게 여기지만 이내 무서움을 떨치고 커다란 로봇을 동무로 삼는다. 로봇이 얼마나 착한지 알기에 로봇을 믿고 아끼며 좋아한다. 이와 달리, 다른 수많은 어른은 로봇을 ‘나쁜 녀석’으로 밀어붙인다. 로봇이 무시무시한 힘을 쓰는 줄 알아챈 어른은 로봇을 믿으려 하지 않고, 로봇을 동무로 삼으려 하지 않는다. 어른은 언제나 전쟁무기를 새로 만들 뿐이고, 새로운 전쟁무기로 새로운 ‘나쁜 녀석’을 찾아내어 다스려야 한다고 여긴다. 가만히 보면, 어른들부터 전쟁무기를 끔찍하게 만들어서 ‘동무 사귀기’나 ‘이웃 사랑’은 처음부터 하나도 안 생각한 삶이 아닌가?


  〈아이언 자이언트〉를 보던 여덟 살 어린이가 눈물을 뚝뚝 흘린다. 어른들이 온갖 미사일과 무기를 로봇한테 쏘아대는 모습을 보더니 “멈춰!” 하고 소리를 지른다. 아이와 함께 만화영화를 보는 내 마음도 똑같다. 왜 어른들은 자꾸자꾸 남을 괴롭히려고 할까. 왜 어른들은 그들 스스로 전쟁무기 만드는 짓을 멈추려 하지 않으면서, ‘다른 데에서 온 전쟁무기’만 나쁘다고 여기려 할까. ‘내 손에 쥔 전쟁무기’는 평화를 지키는 데에 쓰고, ‘네 손에 쥔 전쟁무기’는 그악스럽다고 여기는 눈길은 얼마나 올바른가.


  로봇은 죽는다. 미사일을 얻어맞은 로봇은 죽는다. 전쟁무기로 태어난 로봇은 죽는다. 그런데, 이렇게 죽은 몸이기에 다시 태어난다. 전쟁이 아닌 사랑을 생각하는 로봇으로 다시 태어난다. 싸우지 않고 즐겁게 뛰놀 동무가 되려는 로봇으로 다시 태어난다. ‘새로 태어난 로봇’은 머잖아 동무를 찾아 먼길을 나설 테지. 오랜 동무를 오랫만에 만날 아이는 ‘새로 태어난 로봇’과 함께 조용한 곳으로 떠나서 여느 어른들이 없는 곳에서 새 보금자리를 일굴는지 모른다. 오직 사랑만 숨쉬고 자라는 곳에서, 두 삶지기가 기쁘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4348.3.2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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