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가는 글쓰기



  글쓰기를 배우려고 대학교에 가는 사람이 퍽 많다. 가만히 보면, 대학교에 ‘문예창작’을 가르치는 학과가 있다. 요즈음은 대학교 학과 이름을 바꾸어서 쓰기도 한다는데, 대학교에서 글쓰기를 못 가르칠 까닭은 없다. 중·고등학교에서도 글쓰기를 못 가르칠 까닭이 없다. 여느 강의나 강좌에서도 글쓰기를 못 가르칠 까닭이 없다. 다시 말하자면, 글쓰기를 배우려 한다면, 대학교에 갈 수도 있고, 중·고등학교를 다닐 수도 있으며, 여느 강의나 강좌를 들을 수도 있다.


  대학교에 가서 글쓰기를 배워야 할까? 꼭 대학교에 가야 글쓰기를 깊거나 넓게 배울 수 있을까? 아니다. 대학교에 가서 좋은 대목이라면 ‘대학교 졸업장’을 거머쥘 수 있다는 대목일 테지. 그리고, 그 대학교를 나온 ‘선배 작가’와 줄이 닿을 수 있다는 대목일 테지.


  글쓰기를 하고 싶다면, 대학교에 갈 일이 아니다. 글을 써야 한다. 대학교에 가고 싶다면, 대학교에 갈 일이다. 글을 쓸 일이 아니다.


  글쓰기란 무엇인가? 내 삶을 쓰는 일이다. 글에 무엇을 담겠는가? 바로 내 이야기를 담는다. 내 이웃이나 동무가 살아가는 모습을 글로 쓰더라도 언제나 ‘내 눈길’로 쓰고 ‘내가 겪은’ 만큼 쓰며 ‘내가 아는’ 대로 쓴다. 내가 쓰는 모든 글은 언제나 ‘내가 쓰니’까 ‘내 이야기’요 ‘내 삶’이다.


  아이들이 읽을 책을 쓰려 하더라도 ‘아이들한테 들려주는 내 이야기’이다. 신문이나 잡지에 싣는 글도 ‘보도 기사’가 아니라 ‘내가 두 다리로 이 땅을 밟으면서 겪은 이야기’이다.


  글을 쓰려 하든 다른 일을 하려 하든, 나는 먼저 내 모습을 제대로 보아야 한다. 내가 스스로 내 삶을 제대로 알아야 비로소 내 글을 쓸 수 있다. 대학교에 다니거나 대학교에 가려고 하는 사람한테 들려줄 수 있는 말은 늘 하나이다. 졸업장을 거머쥐고 싶으면 대학교를 즐겁게 마치고, 글을 쓰고 싶으면 대학교를 그만두라고. 4348.3.2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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