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흐드러질 무렵 냉이꽃



  냉이는 아주 흔하게 자란다. 시골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돌 틈이나 거리나무 옆이나 학교 운동장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냉이꽃도 새봄을 알리듯이 씩씩하게 돋는다. 그런데 냉이꽃이 핀다고 해서 꽃잔치를 열거나 꽃마실을 하거나 꽃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냉이는 새봄을 앞두고 찬바람이 아직 휭휭 불 적에 뿌리째 캐서 국을 끓여먹는 자리에서만 헤아리는 듯하다.


  냉이는 사람들이 쳐다보든 말든 그리 아랑곳하지 않는다. 냉이씨를 심는 사람은 없을 테고, 냉이밭을 가꾸는 사람도 거의 드물 테지. 아무래도 냉이는 스스로 씩씩하게 뿌리를 내리고 씨를 퍼뜨리며 꽃을 피우는 풀이라고 할 만하다. 이렇게 씩씩하니까 사람들이 뿌리째 캐서 끓여먹더라도 놀랍게 살아남으리라. 뽑히고 다시 뽑히고 끝없이 뽑혀도, 새롭게 자라고 또 자라고 다시 자라는 아이들이리라.


  우리 집 마당 한쪽에서 파랑 함께 살고, 봄까지꽃하고 별꽃하고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는 냉이꽃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곧 우리 집 동백나무도 붉은 꽃봉우리로 가득하고, 매화나무도 옅붉은 꽃으로 가득하겠구나. 4348.3.19.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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