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예방 군내방송’ 책읽기
두 달쯤 되는구나 싶은데, 고흥군에서는 아침 낮 저녁에 한 차례씩 ‘군내방송’을 한다. 군내방송이란 무엇인가 하면, 군청에서 면사무소로 녹음파일을 보내 주어, 이 파일을 면사무소에서 마을마다 큰소리로 틀어대는 방송이다. 시골은 넓고 사람이 적으니 곳곳에 스피커를 붙여서 마을방송을 하는데, 이 마을방송은 면사무소 한쪽에서도 할 수 있다.
지난 두 달 동안 고흥군이 하는 군내방송은 ‘산불예방’이다. 마을 어르신더러 논밭에 불을 지피지 말고, 아이들이 불장난을 하지 못하게 ‘감시’하라고 방송을 한다. 감시를 해서 ‘적발’을 하면, 불을 피운 사람은 100만 원∼1000만 원까지 벌금을 물어야 한단다. 산에 불을 내면 감옥에도 갈 수 있단다.
군내방송은 ‘계도’도 ‘홍보’도 아니고 ‘협박’이다. 그런데, 이런 군내방송을 지난 두 달 동안 날마다 세 차례씩 억지로 들어야 했다. 이렇게 하면 불을 안 지필까? 군내방송이 흐르는 때에도 논둑이나 밭둑을 태울 분은 스스로 알아서 다 태운다. 안 그러면 어쩌겠는가. 게다가 논밭둑을 태우는 삶은 아주 옛날부터 이어졌다. 이를 하지 말라고 한들 안 할 수 있을까. 이런 군내방송을 할 겨를과 품이 있다면, 시골마을이 넓어도 면소재지 일꾼이 마을마다 돌면서 ‘날짜를 맞춰서 불 지피기를 지켜보’면서, 잘 지펴서 태울 수 있도록 하는 쪽이 훨씬 나으리라 느낀다.
그나저나, 군청에서 산불예방 군내방송을 하면서도 정작 멧자락을 함부로 깎아 관광도로를 내기 일쑤요, 골짜기에 시멘트를 마구 퍼부어 4대강 지류사업 따위를 일삼는다. 마을 어르신을 윽박지르는 군내방송은 그만두고, 군청이 저지르는 엉터리 개발사업을 그쳐야 ‘푸른 숲’을 가꾸거나 지킬 수 있지 않을까. 4348.3.19.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