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을 보고 싶은 아이



  아이들은 만화책을 보고 싶습니다. 만화책이 있는 줄 아직 모른다면, 만화책을 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으나, 만화책이 있는 줄 알면, 이 아이들은 재미나고 신나며 멋진 만화책을 보고 싶습니다. 만화책은 아이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만화책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끌어당깁니다. 다른 어느 책보다 만화책은 우리 눈과 마음을 쉬 끌어당깁니다. 여느 그림과 사진보다 더 힘있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만화라고 할 만합니다.


  만화책은 왜 우리를 끌어당길까요? 만화책은 어떤 힘으로 우리를 사로잡을까요? 만화책에는 우리가 지을 수 있는 모든 꿈을 실을 수 있습니다. 만화는 사람이 빚은 가장 놀라운 손길 두 가지를 한자리에 아우릅니다. 바로 ‘글’과 ‘그림’입니다. 만화책은 글과 그림 두 가지로 모든 꿈을 그려서 보일 수 있고, 글과 그림 두 가지를 골고루 살려서 모든 사랑을 그려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림책에도 글과 그림이 함께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림책은 쪽수도 적고, 그림 부피가 훨씬 큽니다. 이와 달리, 만화책은 쪽수가 많을 뿐 아니라, 여러 권이나 수십 수백 권으로 이야기를 이을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여러 사람이 함께 만화책을 엮기 때문에 기나긴 이야기를 더 빠르게 선보일 뿐 아니라, 글과 그림이 늘 나란히 있습니다.


  그림책은 ‘글로 드러내는 꿈이나 생각(상상력)’을 모두 담지 못합니다. 그림책은 아무래도 ‘그림으로 드러내는 꿈이나 생각’을 더 깊고 넓게 담습니다.


  그림으로 담는 꿈이나 생각이 작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글로 담는 꿈이나 생각이 작지 않아요. 그런데, 글책이나 그림책은 ‘한 가지 꿈과 생각’으로 보여주는 책입니다. 만화책은 글책과 그림책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기운을 한자리에 그러모아서 보여주는 책입니다. 그러니, 아이와 어른 모두 만화책에 쉽게 빠져들거나 사로잡힙니다. 만화책은 글과 그림 두 가지를 써서 꿈이랑 생각을 가없이 펼쳐서 보여주기에, 이 멋지고 놀라우면서 아름다운 이야기에 누구나 한껏 파묻힐밖에 없습니다.


  다만, 잘 빚은 만화책일 때에 꿈과 생각을 잘 갈무리해서 아름답게 나아갑니다. 만화책이라 하더라도 잘 빚지 못하는 책이 많습니다. 상업주의와 현실주의와 교훈과 학습과 심심풀이와 사상주입과 사회의식으로 똘똘 뭉친 만화책은 아이와 어른 모두한테 꿈과 생각을 들려주지 못합니다. 오직 꿈과 생각을 사랑하는 만화책일 때에 참다우면서 착하고 아름답게 피어나는 이야기꽃이 됩니다.


  만화책을 보고 싶은 아이한테 아름다운 만화책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읽기 앞서 여러 가지 만화책을 살핍니다. 나중에 아이가 크면 스스로 온갖 만화책을 볼 텐데, 아이가 크기 앞서 어린 나날을 누리는 이즈음에는, 마음을 살찌우고 북돋울 만한 만화책을 어버이가 스스로 가리거나 추려야 한다고 느낍니다. 아무 책이나 아이한테 쥐어 주지 않듯이 아무 만화책이나 쥐어 줄 수 없습니다. 읽힐 책을 읽히듯이 읽힐 만한 만화책을 읽힙니다.


  글과 그림을 함께 엮어서 빚는 놀라운 이야기꾸러미인 만화책이기에, 언제나 기쁘게 웃고 노래할 수 있는 사랑이 깃든 만화책을 잘 살피고 골라서 아이와 함께 누리려 합니다. 4348.3.17.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어린이문학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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