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차 웅진 세계그림책 7
다이앤 딜론, 레오 딜론 그림,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 이상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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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89



작은아이가 달리는 길

― 작은 기차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

 레오 딜론·다이앤 딜론 그림

 이상희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 2001.12.22.



  우리 집 다섯 살 작은아이는 ‘양말 옷걸이’를 으레 기차로 여겨 갖고 놉니다. 두 아이가 아직 태어나기 앞서 ‘양말 빨래를 널 적에 쓰려고 장만한 옷걸이’는 먼저 큰아이가 태어난 뒤 옷걸이보다 장난감 구실을 했습니다. 이러다가 큰아이는 다른 놀잇감을 찾으면서 ‘양말 옷걸이’를 내려놓았고, 어느새 양말 옷걸이에 양말을 꿰며 집일을 거드는 살림순이가 되었어요. 이즈음부터 작은아이는 양말 옷걸이를 제 놀잇감으로 삼는데, 처음에는 그저 흔들면서 놀다가, 두 다리로 서고 씩씩하게 걷고 달릴 수 있는 때부터 이 옷걸이를 자동차라느니 기차라느니 비행기라느니 외치면서 놉니다.



.. 작은 기차 두 대가 철길을 달려요. 작은 기차 두 대가 서쪽으로 가요 ..  (2쪽)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님이 글을 쓰고, 레오 딜론·다이앤 딜론 님이 그림을 그린 《작은 기차》(웅진주니어,2001)라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큰아이는 기차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이 그림책을 그저 시큰둥하게 지나갔습니다. 그렇구나 하고 이 그림책을 치웠는데, 작은아이가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면서 기차와 자동차에 흠뻑 빠지며 놀기에, 문득 이 그림책을 건네니, 작은아이는 눈을 반짝반짝 빛냅니다.


  옷걸이를 기차로 삼고, 나뭇가지와 돌멩이와 끈도 모두 기차로 삼는 아이라면, 그림책 《작은 기차》는 더없이 사랑스러우면서 재미있다고 할 만합니다. 언제나 스스로 요모조모 조각을 이어서 기차 장난감을 새로 빚을 줄 아는 아이라면, 《작은 기차》라는 그림책은 그지없이 애틋하면서 신나리라 느낍니다.


  작은아이가 큰아이더러 그림책을 읽어 달라고 말합니다. 두 아이가 그림책 하나를 갖고 놉니다. 두 아이가 다른 놀이에 빠져서 그림책을 방바닥에 그대로 두고 다른 데로 갑니다. 가만히 그림책을 집어들어 새삼스레 펼칩니다. 새롭고 날씬한 기차 하나하고, 오래되고 투박한 기차 하나가 나란히 나옵니다. 새롭게 날씬한 기차는 기찻길을 달립니다. 오래되고 투박한 기차는 ‘아이가 사는 집’을 구석구석 달립니다.



.. 칙칙폭폭, 칙칙폭폭, 작은 기차 두 대는 서쪽으로 가는 강을 건너요 ..  (13쪽)





  두 기차는 스스로 달립니다. 하나는 기찻길을 따라 달립니다. 다른 하나는 기찻길이 아닌 온 집안을 달립니다. 하나는 그저 기찻길을 따라 달리며 둘레를 구경하지만, 다른 하나는 이곳저곳 가리지 않고 모두 돌아다니면서 온 집안을 샅샅이 살핍니다.


  커다란 기차는 집안을 달리지 못합니다. 작은 기차는 드넓은 들과 숲과 골짜기와 바다를 달리지 못합니다. 커다란 기차는 들과 숲과 골짜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작은 기차는 아기자기한 살림과 부엌과 마루와 씻는방을 골고루 이야기해 줍니다. 두 기차는 서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이가 잠든 밤에 가만히 속삭이듯이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 눈이 내려 하얗게 땅을 덮었어요. 서쪽으로 가는 작은 기차 두 대도 눈에 덮였지요 ..  (18쪽)





  바람이 불며 구름이 흐릅니다. 바람이 멎고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랗습니다. 때때로 비행기가 하늘을 가로지르며 두 줄기나 한 줄기 자국을 남깁니다. 파랗게 빛나는 하늘에는 해님이 있습니다. 온누리를 골고루 따뜻하게 보듬는 해님입니다. 봄을 맞이한 들판에는 따뜻한 볕을 먹고 싱그럽게 파란 바람을 마시는 작은 싹이 올망졸망 돋습니다. 나무마다 겨울눈을 틔우려고 온힘을 내고, 일찌감치 꽃과 잎을 틔운 나무는 이러한 나무대로, 아직 꽃이나 잎을 틔우려면 한참 남은 나무는 이러한 나무대로, 조용히 두 팔을 벌리고 서서 볕과 바람을 맞이합니다.


  따사로운 해님은 작은 기차를 어루만집니다. 너그러운 해님은 커다랗고 날씬한 기차를 보듬습니다. 두 기차는 즐겁게 봄바람을 가릅니다. 두 기차는 신나게 봄볕을 먹으면서 어디로든 나들이를 갑니다. 아이는 새근새근 잠을 자면서 푸르고 싱그럽게 꿈을 꿉니다. 이제 집안을 한 바퀴 다 돈 작은 기차는 아이 곁에서 가만히 쉬면서 아이가 있는 꿈나라로 찾아가서 함께 놀겠지요. 4348.3.16.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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