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개



  아이들과 바닷가로 마실을 가서 한창 모래밭에서 노는데, 떠돌이개 한 마리가 찾아온다. 이 개는 어디를 떠돌다가 여기까지 왔을까. 바닷가에서는 먹이를 찾을 만하다고 여겼을까. 가까이 다가오지도 멀리 떨어지지도 않는다. 꼭 알맞게 틈을 두고 해바라기를 한다. 모래밭에서 다 놀고 손을 씻은 뒤 아이들한테 샛밥을 준다. 떠돌이개는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나저나 아이한테 준 샛밥은 빵조각이다. 개가 빵조각을 먹을 수 있을까 가만히 생각하다가, 빵조각을 한입에 넣기 알맞게 뜯으면 되리라 느낀다. 빵조각을 뜯어서 손에 들고 다가선다. 개가 뒤로 물러난다. 옳거니, 이 개는 무엇을 겪거나 느낀 적이 있나 보구나. 바닥에 빵조각을 놓고 뒤로 물러선다. 개는 살며시 다가와서 냄새를 맡고는 입에 넣고 조금 씹다가 삼킨다. 이러기를 한참 되풀이한다. 나는 내 몫을 거의 다 개한테 주었다. 큰아이가 이 모습을 지켜보더니 “나도 개한테 줄래.” 하고는 조금씩 뜯어서 나누어 준다. 4348.3.16.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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