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껍데기 줍는 마음



  큰아이가 바닷가에서 조개껍데기를 하나 줍습니다. 큰아이 나름대로 예쁘다고 여긴 조개껍데기를 골라서 줍습니다. 큰아이가 한창 놀다가 작은아이한테 “보라야, 이 조개껍데기 예쁘지? 한번 봐 봐.” 하고 보여줍니다. 작은아이는 “어디? 어디?” 하면서 누나 손에 있던 조개껍데기를 덥석 쥐어서 제 손으로 옮기더니 누나한테 돌려주지 않습니다.


  큰아이한테 “괜찮아. 다른 조개껍데기 많으니까 새로 주우면 돼.” 하고 말한 다음, 천천히 모래밭을 맨발로 거닐면서 살핍니다. 마땅한 조개껍데기를 헤아려 봅니다. 아까 큰아이가 주운 조개껍데기보다 크고 단단한 새 조개껍데기가 눈에 뜨입니다. 잘 되었네.


  새 조개껍데기를 큰아이한테 줍니다. 큰아이는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이제 두 아이는 서로 사이좋게 놉니다. 집으로 돌아갈 즈음 되어 작은아이가 누나한테 조개껍데기를 돌려주려 합니다. 이제서야 돌려주니? 큰아이는 “예쁜 조개껍데기 집에 가져가야지. 아버지, 집에 가져가도 돼요?” “응, 가져가고 싶으면 가져가.” 그런데 큰아이가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아버지, 조개는 바다에 있었으니까 바다에 두고 갈래. 안 가져갈래.” 하고 말합니다. “그래? 그렇게 하겠니? 그러면 그렇게 해.” 조개껍데기를 도로 제자리에 내려놓고 집으로 돌아가는 이 마음은 어디에서 샘솟았을까요. 자전거를 몰며 집으로 돌아가면서 흥얼흥얼 노래를 부릅니다. 4348.3.14.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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