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받으며’ 책읽기



  몇 해 앞서 민방위훈련을 받아야 할 적에, 이 훈련에 가면 으레 책을 몇 권 챙겨서 읽었다. 민방위훈련이라고 하지만, 정작 하는 일은 무슨 방공호 같은 데에 우리를 여러 시간 가두고 비디오를 틀어 주는데, 삶을 북돋우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이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이야기만 가득했다. 이리하여, 나는 민방위훈련을 받을 때마다 책을 신나게 읽었는데, 이제 민방위훈련을 받을 일이 없으나, 오늘 순천에 어떤 ‘교육’을 받으러 가야 해서, 이 교육을 받는 자리에서 책을 두 권 읽는다.


  여러 사람을 모여서 자리에 앉힌 뒤 하는 ‘교육’은 무엇을 헤아릴까? 무엇을 가르치려는 생각일까? 미리 나누어 준 자료꾸러미에 다 나온 이야기를 되풀이하면서 두 시간을 채우려 하는 교육은 무슨 뜻일까? 아무런 아름다움도 기쁨도 보람도 들려주지 못하는 ‘교육’은 우리한테 무엇일까? 오늘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하는 어른들(교사)은 참말 무엇을 말하는 셈일까?


  나는 학교(초·중·고등학교)를 다닐 적에 교과서 밑에 다른 책을 숨겨서 읽기 일쑤였다. 너무 재미없기 때문이다. 이런 재미없는 ‘교육’을 마흔 줄이 넘은 나이에도 받으면서 ‘다른 책’을 읽어야 한다니, 어느모로 보자면 쓸쓸했지만, 홀가분하게 책에 빠져들 수 있기도 했으니 고맙기도 했다. 그냥 그렇다. 4348.3.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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