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36. 사진을 찍는 사람은 바로



  빛을 읽기에 사진을 찍습니다만, 빛을 읽는 눈은 바로 내 눈이고, 빛을 읽는 가슴은 바로 내 가슴이며, 빛을 담는 손은 바로 내 손입니다. 우리 별누리에서 해가 있어서 빛과 볕과 살을 우리한테 베푸는데, 해가 지구별을 비추더라도, 내가 스스로 눈과 가슴과 손으로 빛과 볕과 살을 마주하지 않는다면 사진이 태어날 수 없습니다.


  사진기가 있으니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기가 없으면 무엇을 할까요? 손가락을 놀려 사진놀이를 하기도 하고, 그저 마음으로 머릿속에 사진을 찍듯이 이야기를 담기도 합니다. 사진기가 있어서 사진을 찍는다면, 사진기는 내가 손에 쥔 연장입니다. 언제나 내 뜻과 마음과 생각이 있어서, 이를 바탕으로 사진을 이룹니다.


  연필이 있어도 내가 스스로 쥐지 않으면 글이나 그림이 안 태어납니다. 연필과 종이는 그저 연필과 종이입니다. ‘글’이나 ‘그림’이 되려면 늘 내 뜻과 넋과 생각이 흘러서 움직여야 합니다.


  사진이 사진인 까닭은, 내가 대학교 사진학과를 마쳤기 때문이 아닙니다. 사진이 사진은 까닭은, 내가 사진작가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내가 스스로 마음을 먹고서 사진기를 한 대 장만한 뒤, 이 사진기를 빌어서 내가 담고 싶은 이야기를 한 장 두 장 차곡차곡 찍을 때에, 비로소 사진이 됩니다.


  부러진 색연필 조각은 그냥 부러진 색연필 조각입니다. 이 조각을 손에 쥐어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장난을 하든, 오로지 내 뜻입니다. 내 뜻에 따라서 모든 것이 달라지고 새롭습니다. 내가 눈으로 무엇을 바라보는지 똑똑히 느껴서 알아야 하고, 내가 가슴으로 무엇을 헤아리는지 또렷이 느껴서 알아내야 하며, 내가 두 손으로 무엇을 담으려는지 환하게 느껴서 움직여야 합니다.


  사진을 찍기는 아주 쉽습니다. 내 마음에 생각을 한 톨 심어서 기쁘게 움직이면, 언제 어디에서나 늘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4348.3.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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