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신경림·이은희) 실천문학사 펴냄, 2012.5.18.
적잖은 ‘어른시 문학인’이 아버지가 되거나 할아버지가 될 무렵 동시를 쓰려 한다.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되어도 동시를 안 쓰는 이도 많지만, 아버지를 지나 할아버지가 된 뒤 동시를 쓰려 하는 이가 제법 있다. 신경림 님도 할아버지 나이에 비로소 동시를 쓰려 한다.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는 바로 ‘할아버지가 아이한테 들려주려는 이야기꾸러미’이다. 그러면, 할아버지로서 아이한테 어떤 이야기를 물려줄 만할까? 할아버지로 살아온 이날까지 이녁 몸과 마음에 새긴 넓고 깊은 꿈과 사랑을 물려줄 만할 테지? 할아버지로 살아온 이날까지 갈고닦으며 보듬은 아름다운 말을 물려줄 만할 테지? 그러면, 책이름은 왜 ‘어머니’가 아니고 ‘엄마’일까? 신경림 님은 어떤 이야기를 지어서 이녁 아이한테 물려주려는 생각일까? 할아버지 시인도 얼마든지 ‘요즈음 어린이 학교 사회’를 살펴보며 ‘생활 동시’를 쓸 만하지만, 할아버지쯤 되는 자리에 있다면, ‘생활 동시’도 더 깊고 넓게 파고들면서 바라볼 만하지 않을까? 왜 이 대목이 이 동시집에는 잘 안 드러날까? 흔한 옛이야기를 조금 고쳐서 들려주려는 동시 말고, 신경림 님 나름대로 걸어온 삶길을 되짚으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줄 만하지 않을까? 이 동시집에 붙은 글쓴이 이름을 지우고 본다면, ‘신경림 이야기맛’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아이 눈높이를 잘 헤아리지 못하는구나 싶다. 시인이기에 누구나 동시를 쓸 수 있지만, 시인이라 해서 아무렇게나 동시를 써도 되지는 않는다. 4348.3.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신경림 동시집
신경림 지음, 이은희 그림 / 실천문학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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