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050) 선행 1


이와 같은 출판금고의 이원화는 출발의 단계에서 꼭 선행되어야 할 조건을 필요로 한다

《출판과 교육에 바친 열정》(우촌이종익추모문집간행위원회,1992) 332쪽


 꼭 선행되어야 할

→ 꼭 먼저 이루어져야 할

→ 꼭 먼저 갖추어야 할

→ 꼭 밑바탕이 되어야 할

→ 꼭 짚고 넘어가야 할

 …



  한국말사전에서 한자말 ‘선행’을 찾아보니 네 가지 나오는데, ‘旋行’은 ‘옮기기’로 고쳐쓰면 되고, ‘跣行’은 “맨발로 감”으로 고쳐쓰면 됩니다. 맨발로 간다면 그냥 “맨발로 간다”고 하지, 어느 누구도 ‘선행한다/跣行한다’고 하지 않습니다. 이런 두 가지 한자말 ‘선행’은 한국말사전에서 치워야 합니다.


  “착한 일”을 가리키는 ‘善行’은 쓸 만할까요? 아닙니다. 우리는 “착한 일”이라 하면 되지, 이를 굳이 한자로 옮겨서 써야 하지 않습니다. “선행을 베풀다”가 아니라 “착한 일을 하다”요, “선생 학생”이 아니라 “착한 학생”입니다.


 선행 작업 → 미리 하기 / 먼저 하기 / 앞서 하기

 선행 투자 → 미리 투자 / 먼저 투자 / 앞서 투자


  한자말 ‘先行’은 “먼저 하기”나 “앞서 하기”나 “미리 하기”를 가리킵니다. 이 낱말도 한국말로 쉽고 또렷하게 쓰면 됩니다. 글흐름이나 때나 곳을 살펴서 ‘먼저·미리·앞서’ 가운데 한 가지를 골라서 쓰면 돼요. 이 보기글에서는 “먼저 짚고 넘어갈”이나 “먼저 다루어야 할”로 손볼 수 있습니다. 4339.2.22.물/4348.3.10.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와 같은 출판금고 이원화는 처음부터 꼭 갖추어야 할 조건이 있다

이와 같이 출판금고를 둘로 나누려면 처음에 꼭 살펴야 할 대목이 있다


“출판금고의 이원화(二元化)”는 “출판금고 이원화”나 “출판금고를 둘로 나누려면”으로 손보고, “출발(出發)의 단계(段階)에서”는 “처음에”나 “첫머리에”나 “맨 처음에”나 “첫걸음에서”로 손봅니다. “조건(條件)을 필요(必要)로 한다”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로 손질합니다.



선행(先行)

1. 어떠한 것보다 앞서 가거나 앞에 있음

    - 선행 부대

2. 딴 일에 앞서 행함. 또는 그런 행위

    - 선행 작업 / 선행 투자

선행(旋行) : 음률이 한 음에서 다른 음으로 옮겨 가는 것

선행(善行) : 착하고 어진 행실

   - 선행을 베풀다 / 선행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다

선행(跣行) : 맨발로 감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61) 선행 2


중학생이 된 지금은 고등학교 입시에 대한 고민과 곧 닥쳐올 대입까지 미리 걱정한다. 이를테면 고민도 선행을 하는 셈이다

《강현정·전성은-거창고 아이들의 직업을 찾는 위대한 질문》(메디치,2015) 201쪽


 고민도 선생을 하는 셈이다

→ 걱정도 미리 하는 셈이다

→ 근심도 먼저 하는 셈이다

→ 걱정도 지레 하는 셈이다

→ 근심도 앞질러 하는 셈이다

 …



  이 보기글을 잘 살피면 “대입까지 미리 걱정한다”처럼 적습니다. 그런데, 잇달아 적은 글에서는 “고민도 선행을 하는”처럼 적어요. 이 글을 쓴 분은 ‘미리’와 ‘걱정’이라는 한국말을 압니다. 그리고, ‘선행’과 ‘고민’이라는 한자말도 알아요. 그래서 두 가지 말을 섞어서 씁니다.


  언뜻 보자면 아무 말썽이 없다 할는지 모르나, 이 보기글이 ‘한국말과 영어’로 되었다면 어떠했을까요? 적잖은 이들이 한자말도 마치 한국말이라도 되는 듯이 잘못 생각하니, 이 보기글처럼 글을 쓰거나 말을 하고 맙니다. 앞에서 쓴 말과 다른 말을 쓰고 싶다면, 뒤쪽에서는, “근심도 앞질러 하는”처럼 적어 줍니다. 4348.3.10.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중학생이 된 요즘은 고등학교 입시 걱정과 곧 닥쳐올 대입까지 미리 걱정한다. 이를테면 걱정도 앞질러 하는 셈이다


‘지금(只今)은’은 ‘요즘은’으로 손보고, “입시에 대(對)한 고민(苦悶)”은 “입시 걱정”으로 손봅니다. 보기글을 잘 살피면, 한자말 ‘고민’과 한국말 ‘걱정’을 섞어서 쓰는데, 한국말 ‘걱정’만 넣으면 됩니다. ‘걱정’과 맞물려 ‘근심’을 넣어도 돼요.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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