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35. 좋은 날



  사진 찍기 좋은 날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 찍기 안 좋은 날이 있습니다. 사진과 얽혀 늘 두 가지 날이 있습니다.


  사진 찍기 좋은 날은 내가 스스로 ‘사진 한번 찍어 볼까?’ 하고 생각하는 날입니다. 사진 찍기 안 좋은 날은 내가 스스로 ‘사진 찍고 싶지 않아!’ 하고 생각하는 날입니다.


  사진을 한번 찍어 보자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날 따라 사진을 잘 찍습니다. 사진을 찍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예 사진기에 손이 안 갑니다. 그런데 ‘나는 좋은 사진을 꼭 찍고 말 테야!’ 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좀처럼 ‘좋은 사진’을 못 찍기 마련입니다. 이때에는 ‘스스럼없이 홀가분한 마음’이 아니라서 ‘좋은 사진’은커녕 ‘사진’이라 할 만한 그림조차 얻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뛰놀 적에는 그냥 뛰놉니다. 아이들은 “자, 이제 신나게 놀아 볼까?” 하고 말하면서 놀지 않아요. 그냥 홀가분하게 놉니다. 그냥 홀가분하게 놀다 보면 신이 나고 웃음이 나며 기쁨이 솟습니다.


  사진은 어느 날 어떻게 찍어야 할까요? 사진도 그냥 찍으면 됩니다. 그저 홀가분하게 찍으면 됩니다. ‘좋은 날 궂은 날’을 가리지 말고, 어느 날이든 스스로 홀가분한 마음이 되어 내 둘레를 따사롭게 바라보면 됩니다.


  어떤 ‘현장’에 가야 멋있는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어떤 ‘유명인사’를 찾아가야 놀라운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어서 이야기를 담는 사람은 바로 나입니다. 사진을 찍어서 사랑을 나누려는 사람은 바로 나입니다. 내가 스스로 아름다운 넋으로 하루를 가꿀 때에 사진 한 장을 즐겁게 찍고, 이렇게 찍은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는 이름도 얻습니다. 사진을 찍기는 아주 쉽습니다. 내 마음이 사랑이라면 사진을 늘 쉬우면서 즐겁고 아름답습니다. 4348.3.9.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