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씻기는 손길



  저녁에 아이들을 씻긴다. 저녁에는 봄이어도 안 씻기고 싶으나, 두 아이가 모두 간지럽다고 말해서, 아차 그렇구나 하고 뒤늦게 깨닫는다. 이 아이들은 날마다 신나게 뛰노는데 요새는 날마다 씻겨야 할 텐데, 적어도 이틀에 한 차례는 씻겨야 하는데, 씻긴 지 나흘쯤 되었구나. 보일러를 돌려서 따순 말이 나오게 한다. 작은아이부터 씻기고, 큰아이를 씻긴다. 큰아이는 제가 혼자 씻으려면 몇 살이 되어야 하느냐고 묻는다. 큰아이한테 “네가 스스로 씻고 싶다고 생각할 때부터 혼자 씻을 수 있어.” 하고 얘기해 준다.


  옷을 모두 갈아입힌다. 두 아이 스스로 이를 닦도록 한다. 두 아이가 벗은 옷가지 가운데 웃옷만 빨래를 한다. 따순 물이 나오는 김에 몇 점만 빨래를 마치고, 부랴부랴 부엌을 치운 뒤, 아이들 잠자리를 살핀다. 잘 누웠구나. 예쁘네. 오줌그릇을 비우고, 물병에 물이 넉넉한지 돌아본다. 다 되었나? 그러면 이제 아버지는 저녁 훈련을 해야겠구나. 물구나무서기도 하고 몸을 풀고, 촛불보기도 하면서 몇 가지 글도 쓴 뒤 너희들 사이로 파고들게. 먼저 자렴. 4348.3.9.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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