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느라 그랬어요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35
샌돌 스토다드 워버그 글, 이반 체르마예프 그림 / 책과콩나무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84



서로 바라보면서 생각하는 눈망울

― 생각하느라 그랬어요

 샌돌 스토다드 워버그 글

 이반 체르마예프 그림

 천미나 옮김

 책과콩나무 펴냄, 2015.1.20.



  샌돌 스토다드 워버그 님이 글을 쓰고, 이반 체르마예프 님이 그림을 그린 《생각하느라 그랬어요》(책과콩나무,2015)를 읽으면, 아이는 어른과 달리 어떤 생각을 마음에 품으면서 둘레를 살펴보는가 하는 이야기를 헤아릴 만합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이 그림책을 읽을 아이는 ‘응, 그러할 테지’ 하고 여길 텐데, 어른인 우리도 아이였을 적에 ‘어른과 다른 눈으로 바라보며 생각하던’ 숨결이었습니다.


  사람은 어른으로 자라면서 왜 아이 마음을 잃거나 잊을까요? 사람은 몸이 자라는 동안 왜 ‘어린 몸’에 깃들던 ‘큰 마음’이 사라지거나 없어질까요?


  어른은 언제나 바쁩니다. 이것을 하느라 바쁘고 저것을 하느라 바쁩니다. 이 일에 매달리느라 바쁘고 저 일에 얽매이느라 바쁩니다. 느긋하게 삶을 돌아볼 겨를을 못 내는 어른입니다. 차분하게 사랑을 되새길 틈을 못 내는 어른입니다.



.. 나는 수박을 생각해요. 나는 빨간 꽃들을 생각해요. 나는 생각해요 ..  (8쪽)




  아이는 어른과 다른 눈으로 바라봅니다. 참으로 다른 눈입니다. 그러면, 아이는 왜 어른과 다른 눈일까요? 아이는 아이요, 어른은 어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와 어른은 서로 같은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느 때에 이러한가 하면, 서로 ‘새로운 곳’을 바라볼 때에는 같은 눈이 됩니다. 서로 ‘사랑스러운 곳’을 바라볼 때에도 같은 눈이 됩니다. 서로 ‘맑은 곳’을 바라볼 때에도 같은 눈이 되어요.


  한편, 새롭지 않은 곳을 바라보거나 사랑스럽지 않은 곳을 바라보거나 맑지 않은 곳을 바라볼 적에도 같은 눈이 됩니다. 새로운 곳을 바라볼 적에는 ‘새롭게 빛나는 같은 눈’이고, 새롭지 않은 곳을 바라볼 적에는 ‘기운을 잃은 같은 눈’입니다. 사랑스러운 곳을 바라볼 적에는 ‘따사로운 사랑으로 눈부신 같은 눈’이고, 사랑스럽지 않은 곳을 바라볼 적에는 ‘차갑고 메마른 같은 눈’입니다. 맑은 곳을 바라볼 적에는 ‘맑게 아름다운 같은 눈’이고, 맑지 않은 곳을 바라볼 적에는 ‘죽음으로 치달리는 같은 눈’이에요.



.. 나는 생각해요. 손과 발과 팔과 다리를 생각해요. 만약 팔이 다리이고 팔에다 입는 바지가 있다면 손으로 땅을 짚고 신나게 돌아다닐 수도 있겠죠 ..  (14쪽)




  생각해 보셔요. 함께 웃고 노래할 때에 기쁩니다. 생각해 봐요.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함께 일하고 놀 때에 즐거워요. 생각을 기울여요. 봄볕을 쬐면서 함께 봄나물을 뜯고는, 함께 봄나물을 헹구어 밥상을 차리면 웃음이 터져요. 손을 맞잡고 길을 걸어요. 서로 얼굴을 마주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어요.


  아이는 어른을 기다립니다. 새롭고 사랑스러우면서 맑은 곳을 함께 바라볼 수 있기를 기다립니다. 어른도 아이를 기다리지요. 얼른 옷을 걸치고, 빨리 양말을 신으며, 후다닥 신을 꿸 때까지 기다립니다.


  아이는 어른을 기다립니다. 보드라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를 기다립니다. 따순 손길로 쓰다듬거나 어루만지기를 기다립니다. 언제나 고운 마음결로 살림을 꾸리면서 넉넉한 집안이 되기를 기다립니다. 어른도 아이를 기다리지요. 학교에서 시험성적 잘 받기를 기다립니다. 상장을 거머쥐거나 이름난 대학교에 붙거나 돈 잘 버는 회사에 들어가기를 기다립니다.




.. 나는 엄마를 생각해요. 백만 번, 천만 번, 억만 번 엄마를 생각해요. 나는 고릴라만큼, 코뿔소만큼, 코끼리만큼 엄마를 사랑해요. 나는 생각해요 ..  (28쪽)



  어른도 아이를 바라보면서 사랑을 생각하리라 봅니다. 이래 다그치거나 저래 윽박지르더라도 마음속에는 오롯이 사랑이 있으리라 봅니다. 어른도 아이를 마주하면서 언제나 사랑이 가득하리라 봅니다. 학교와 학원 사이를 쳇바퀴 돌듯이 오가도록 내모는 어른이라 하더라도 마음속에는 이 아이가 홀가분하게 뛰놀면서 하늘바람을 가득 마시기를 바라리라 봅니다.


  기쁘게 뛰노는 아이가 맑은 생각을 품으면서 자랍니다. 기쁘게 노래하는 아이가 사랑스러운 생각을 돌보면서 자랍니다. 새롭게 웃는 아이가 고운 생각을 아끼면서 자랍니다. 아이와 함께 어른도 자라기를 바라요. 아이 곁에서 어른도 늘 새롭게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요. 4348.3.5.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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