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99) -에게로 1
이런 공해 화학물질은 동물의 지방층에 축적되어 있다가 여러 경로를 통하여 먹이사슬 꼭대기에 위치한 사람에게로 모이게 된다. 나중에는 모유에 농축되어 태반을 거쳐 태아에게도 건너간다
《조셉 젠킨스/이재성 옮김-똥 살리기 땅 살리기》(녹색평론사,2004) 22쪽
사람에게로 모이게 된다
→ 사람한테 모인다
→ 사람한테 모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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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로’라는 토씨는 ‘-에게 + -로’로 엮었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에 이 토씨가 올림말로 나오기도 하고, 여러 가지 보기글도 싣습니다. 이 토씨는 적잖은 사람들이 쓴 글을 거쳐서 널리 퍼집니다. 대중노래에서도 이 토씨를 흔히 붙이고, 시나 소설에서도 이 토씨를 퍽 자주 씁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보기글은 다섯 가지입니다. ‘-에게로/-한테로’를 붙인 글월인데, 이 글월에서 ‘-로’를 덜고 곰곰이 살펴봅니다. ‘-에게로/-한테로’와 ‘-에게/-한테’는 느낌이나 뜻이 어떻게 얼마나 달라질까요?
갑자기 모두의 관심이 나에게로 쏟아졌다
→ 갑자기 모든 눈길이 나에게 쏟아졌다
이 행운이 누구에게로 갈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 이 행운이 누구에게 갈는지 자못 궁금하다
책임은 그 둘에게로 돌아갔다
→ 책임은 그 둘에게 돌아갔다
그 책임이 누구한테로 돌아갈까
→ 그 책임이 누구한테 돌아갈까
모두들 그 사람한테로 몰려들었다
→ 모두들 그 사람한테 몰려들었다
어른문학을 하는 이들이 으레 “너에게로 가는 길”처럼 글을 쓰지만, “너에게 가는 길”하고 다를 대목이란 없습니다. 참말 아무것도 안 다릅니다. 다시 말하자면, ‘-에게/-한테’에 ‘-로’를 붙이면 군더더기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토씨 ‘-에게로/-한테로’는 일본 말투입니다. ‘-에로(에 + 로)’도 ‘-에게로(에게 + 로)’도 한국 말투가 아니고, 한국 토씨가 아닙니다.
일본 말투이든 아니든 쓰고 싶다면 쓸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영어나 독일말이나 프랑스말도 아무렇지 않게 쓸 수 있을 테니까요. 다만,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굳이 비틀어서 써야 할는지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슬기롭게 밝혀서 쓰는 길을 생각해 보기를 바랍니다. 4337.3.23.불/4348.2.2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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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해 화학물질은 동물 지방층에 쌓이다가 여러 길을 거쳐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는 사람한테 모인다. 나중에는 어미젖에 쌓여 태반을 거쳐 뱃속 아기한테도 건너간다
“동물의 지방층에 축적(蓄積)되어 있다가”는 “동물마다 지방층에 쌓였다가”나 “동물 지방층에 쌓였다가”로 다듬고, “여러 경로(經路)를 통(通)하여”는 “여러 길을 거쳐”로 다듬으며, ‘위치(位置)한’은 ‘있는’으로 다듬습니다. “모이게 된다”는 “모인다”로 손질하고, ‘모유(母乳)’는 ‘어미젖’이나 ‘엄마젖’이나 ‘어머니젖’으로 손질하고, ‘농축(濃縮)되어’는 ‘쌓여’로 손질합니다. ‘태아(胎兒)에게도’는 ‘뱃속 아기에게도’로 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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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도 익혀야지
(379) -에게로 3
장터에서 / 흥정 끝에 / 200만 원 돈 뭉치가 / 오고가더니, // 태백산 골짜기 / 할아버지에게로 / 팔려 넘어갔다
《김녹촌-태백산 품 속에서》(웅진,1985) 20쪽
할아버지에게로 팔려 넘어갔다
→ 할아버지에게 팔려 넘어갔다
→ 할아버지한테 팔려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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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나한테 줄 수 있니?” “너한테 줄까?” “응, 나한테 주라.” “그래, 너한테 줄게. 자, 이 장난감 비행기가 너한테 간다.” 아이들이 주고받는 말씨에서 ‘-로’가 들러붙는 ‘-에게로/-한테로’는 없습니다. 먼 옛날부터 ‘-에게로/-한테로’ 같은 말씨는 없습니다. 그저 ‘-에게/-한테’를 쓸 뿐입니다.
어른이 읽는 시를 쓰든, 어린이가 읽는 시를 쓰든, 우리 어른은 어떤 말씨와 말투로 시를 쓰는지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린이한테 물려줄 만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말마디로 엮는 구슬 같은 글을 쓰도록 마음을 기울이기를 바랍니다. 4337.12.13.달/4348.3.4.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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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도 익혀야지
(433) -에게로 4
시선은 여전히 소년에게로 돌리지 않는다
《시게마츠 기요시/오유리 옮김-안녕 기요시코》(양철북,2003) 198쪽
시선은 여전히 소년에게로 돌리지 않는다
→ 눈길은 그대로 소년에게 돌리지 않는다
→ 눈길은 아직 소년한테 돌리지 않는다
→ 눈길은 아까대로 소년 쪽으로 돌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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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이 굴러갑니다. 나한테 굴러오다가 너한테 굴러갑니다. 바람이 붑니다. 바람은 내 쪽으로 불다가 네 쪽으로 붑니다. ‘소년’이라는 낱말만 쓴다면 ‘-한테’나 ‘-에게’를 붙입니다. ‘소년 쪽’처럼 쓴다면 ‘-으로’를 붙입니다. 한국말에서 토씨는 이와 같이 붙이면 됩니다. 4338.9.9.쇠/4348.3.4.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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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은 아직 소년한테 돌리지 않는다
‘시선(視線)’은 ‘눈길’로 손질하고, ‘여전(如前)히’는 ‘그대로’나 ‘아직’으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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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도 익혀야지
(1053) -에게로 5
온라인에서 창출되고 있는 부는 비단 제국의 소유주들에게로 갈 뿐 아니라, 제국에 팔린 신진 유망 기업 소유주에게도 흘러간다
《로버트 맥체스니/전규찬 옮김-디지털 디스커넥트》(삼천리,2014) 245쪽
소유주들에게로 갈 뿐 아니라
→ 소유주들에게 갈 뿐 아니라
→ 소유주들한테 갈 뿐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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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기글을 찬찬히 살피면, 사람들 스스로 제대로 못 쓰다가도 제대로 쓰는 말투를 읽을 만합니다. 앞쪽에서는 ‘소유주들에게로’처럼 적으면서, 뒤쪽에서는 ‘소유주에게도’처럼 적습니다. 앞에서는 ‘-에게로’로 쓰지만, 뒤에서는 ‘-에게’로 씁니다. 이 대목에서 얄궂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무딘 셈입니다. 앞이나 뒤나 모두 ‘-에게’로 쓰면 될 뿐입니다. 4348.3.4.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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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그물에서 빚는 돈은 오직 제국 소유주들한테 갈 뿐 아니라, 제국에 팔린 새로 뜨는 기업 소유주한테도 흘러간다
‘온라인(on-line)’은 ‘누리그물’로 다듬고, “창출(創出)되고 있는 부(富)”는 “빚는 돈”이나 “나오는 돈”으로 다듬으며, ‘비단(非但)’은 ‘오직’이나 ‘그저’로 다듬습니다. “제국의 소유주(所有主)”는 “제국 소유주”나 “제국을 거머쥔 사람”이나 “제국을 가진 쪽”으로 손보고, “신진(新進) 유망(有望) 기업”은 “새로 뜨는 기업”으로 손봅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