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사냥꾼 클로이의 끝없는 이야기 - 고집불통 작가와 제멋대로 화가의 독특하고 기발한 상상여행
맥 바네트 글, 애덤 렉스 그림, 고정아 옮김 / 다산기획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 <아침독서신문>에 싣는 글입니다. 그림책 한 권을 놓고 느낌글을 두 가지로 썼습니다. 두 가지 느낌글을 따로 올려놓겠습니다 ..


..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76 ㄱ



이야기를 짓는 사람 ㄱ

― 사자 사냥꾼 클로이의 끝없는 이야기

 맥 바네트 글

 애덤 렉스 그림

 고정아 옮김

 다산기획 펴냄, 2015.1.12.



  반가운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적에 ‘시간 흐르는 줄’ 잊기 일쑤입니다. 서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니 한 시간이나 두 시간은 곧 흐릅니다. 서너 시간이나 예닐곱 시간까지 바로 흘러요. 그런데, 반가운 사람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가 하고 돌아보면 아주 수수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수수하거나 투박한 이야기를 놓고 몇 시간을 지치지 않고 이야기꽃을 피워요.


  아이라면 누구나 수수한 놀이 하나를 놓고 하루 내내 신납니다. 이 장난감이 있어 이 놀이를 해야 신나지 않아요. 아무런 장난감이 없어도 스스로 놀이를 지을 줄 압니다. 연필 한 자루로도, 비닐봉지 하나로도, 돌멩이 하나로도 온갖 놀이를 지을 수 있어요.


  그림책 《사자 사냥꾼 클로이의 끝없는 이야기》(다산기획 펴냄,2015)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이 그림책은 새로운 얼거리를 써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러면, 이 그림책에 흐르는 줄거리는 어떠할까요? 줄거리는 새로울까요? 이 그림책을 읽을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텐데, 《사자 사냥꾼 클로이의 끝없는 이야기》라는 책은, 책이름에서도 나오듯이 ‘끝없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그러니까, 줄거리도 끝이 없고 이야기도 끝이 없습니다. 끝이 날 수 없는 이야기를 ‘얼핏 끝이 났다’고 보여주지만, 아무래도 이야기가 더 있으리라고 느낄 만해서, 책을 이리저리 살펴야 합니다. 어디엔가 ‘도라에몽 사차원 주머니’가 붙어서 다른 이야기가 더 이어지리라 생각할 만하니까요.


  얼거리를 가만히 보면, 《사자 사냥꾼 클로이의 끝없는 이야기》는 ‘글을 쓰는 사람’과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나오고, ‘글 아저씨와 그림 아저씨가 빚은 클로이라는 아이’가 나옵니다. 세 사람이 이야기를 엮는다고 할 만해요. 그런데, 세 사람은 또 한 사람을 부릅니다. 누구를 부르는가 하면, 이 그림책을 펼쳐서 읽을 아이(또는 어른)를 부릅니다. 그래서, 네 사람(또는 다섯 사람, 때로는 예닐곱 사람)이 함께 이야기를 엮으면서 보는 그림책입니다.


  글 아저씨가 먼저 첫머리를 엽니다. 글 아저씨는 ‘인형’ 모습으로 나와서 이름을 밝히고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줍니다. 이러고 나서 그림 아저씨가 ‘인형’ 모습으로 나와서 ‘클로이’라는 아이를 만화로 그려서 보여주어요. 이제 이렇게 세 사람이 이야기를 엮으려고 하는데, 그림 아저씨는 곧잘 글 아저씨하고 다툽니다. 옥신각신하지요. 왜냐하면, 그림 아저씨도 ‘그림책을 엮는 일’을 함께 하고 싶거든요. 글 아저씨가 시키는 대로만 하고 싶지 않아요. 글 아저씨는 어떤 마음일까요? 글 아저씨는 글 아저씨대로 생각한 얼거리가 있어서, 이 얼거리를 따르지 않는 그림 아저씨가 괘씸합니다. 사자한테 잡아먹히도록 내몰아요.


  그림 아저씨가 사자한테 잡아먹히게 했으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른 그림 아저씨를 부르든 글 아저씨가 손수 그림을 그리든 해야 할 테지요. 글 아저씨가 그림 아저씨하고 머리를 맞대면서 둘이 더욱 재미나게 이야기를 엮으면 부드럽게 그림책 하나가 나올 텐데, 글 아저씨가 그만 억지를 부리고, 그림 아저씨도 글 아저씨한테 부드러운 말로 타이르지 못했어요. 이 사이에서 ‘클로이’는 모두 괜찮으니까, 그림책 이야기를 차근차근 다시 엮자고 두 아저씨한테 말합니다. 두 아저씨는 살짝 바보스러웠으나 클로이라는 아이는 슬기롭고 차분하게 다독여 주어요. 자, 그러면 이 다음에는 이야기가 어떻게 흐를까요? 궁금한 분은 손수 이 그림책을 장만해 보셔요. 모든 줄거리를 다 밝히면 “끝없는 이야기”에서 ‘끝’이 보일 테니까요. 끝이 없는 이야기에 참말 끝이 없도록, 즐겁게 읽으면서 우리도 새로운 이야기를 책 뒤에 종이를 더 붙여서 손수 글과 그림을 넣으면 더욱 재미있으리라 생각합니다. 4348.2.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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