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넋·삶 26 넉넉하고 너그러우니 넓다



  마음이 큰 사람은 이웃과 동무를 얼마든지 받아들입니다. 마음이 크지 못한 사람은 이웃과 동무뿐 아니라 나 스스로도 받아들이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마음이 크기에 이웃과 동무를 기꺼이 받아들일 뿐 아니라, 나 스스로 살가이 사랑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크지 못한 탓에 아무도 받아들이지 못하니, 내가 나조차 받아들이지 못해 내가 나를 사랑하는 길을 그만 잊기 일쑤입니다.


  ‘넉넉하다’는 “마음이 크고 시원하다”를 뜻합니다. “남을 만큼 많다”를 가리키며, “어느 자리가 크다”를 가리킵니다. 이리하여, “살림이 제법 넘쳐서 남을 만큼 남다”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우리가 흔히 일컫는 ‘부자’는 바로 “넉넉한 사람”입니다. 다만, 부자 가운데 구두쇠나 자린고비나 깍쟁이가 있을 뿐입니다.


  ‘넉넉하다’에서 ‘너그럽다’가 갈립니다. ‘넓다’도 함께 태어납니다. 마음이 크고 시원한 사람은 생각을 한결 크고 시원하게 트거나 열 수 있고, 생각을 한결 크고 시원하게 트거나 열기에 언제나 환하면서 눈부신 슬기와 빛과 셈으로 나아갑니다.


  넉넉하거나 너그럽거나 넓은 사람은 ‘네가 나한테서 하나를 빌거나 얻으려’ 하면 하나를 줄 뿐 아니라 둘을 주기도 하고, 아예 몽땅 주기도 합니다. 몽땅 주면 나한테 아무것도 안 남는다고 여길는지 모르나, 넉넉한 사람은 새롭게 마음그릇을 채웁니다. 너그러운 사람과 넓은 사람도 새롭게 마음자리를 채우고 마음밭을 가꿉니다. 네가 나한테서 빌리거나 얻어도 좋으며, 네가 나한테서 모두 가져가도 좋다고 하는 품이 바로 넉넉함이요 너그러움이며 넓음입니다. 푸고 또 퍼도 다시 풀 수 있습니다. 푸고 자꾸 퍼도 새롭게 풀 수 있습니다.


  사랑을 나누는 사람은 언제나 사랑을 나눕니다. 사랑은 마르지 않거든요. 꿈을 키우는 사람도 언제나 꿈을 키웁니다. 꿈은 끝나지 않습니다.


  마르지 않는 모든 것을 얼마든지 나눌 수 있기에 넉넉합니다. 마르지 않도록 언제나 철철 넘치게 가꾸거나 새롭게 지으니 너그럽습니다.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되어 나와 이웃과 동무 모두 웃고 노래할 터전을 일구니 넓습니다.


  넉넉함은 숫자로 따지지 않습니다. 이 만한 숫자가 되어야 넉넉하지 않아요. 너그러움은 부피로 살피지 않습니다. 이쯤 되어야 너그럽지 않지요. 넓음은 크기로 재지 않습니다. 이 크기는 넓고 저 크기는 좁다고 하지 않을밖에요.


  햇볕은 늘 넉넉합니다. 햇살은 늘 너그럽습니다. 햇빛은 늘 넓습니다. 넉넉하기에 웃음이 자라고, 너그럽기에 노래가 흐르며, 넓기에 춤이 샘솟습니다. 넉넉하기에 일마다 기쁘고, 너그럽기에 놀이가 재미나며, 넓기에 삶이 신납니다. 샘물이 겨울에도 얼지 않는 까닭은 쉬지 않고 끝없이 솟으면서 흐르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언제나 샘물처럼 흐릅니다. 샘물은 한겨울에 따스하고 한여름에 시원합니다. 사랑은 누구한테나 고루 아름답게 스밉니다.


  마시고 마셔도 바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마시면 마실수록 더욱 싱그러우면서 푸르게 흐르는 바람입니다. 바람을 마시면서 온몸에 파란 기운을 그득 담았다면, 이제부터 나는 넉넉하고 너그러우면서 넓은 삶으로 거듭날 기운을 새롭게 펼칩니다. 4348.2.2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람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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