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손가락을 벨 뻔하다



  아침을 짓다가 엄지손가락을 벨 뻔했다. 집 둘레에서 뜯은 갓풀을 썰고 오리고기도 썰어서 볶음밥을 하려는데, 고기를 썰다가 그만 엄지손가락까지 함께 썰려 했다. 칼날이 엄지손톱을 꾸욱 누를 즈음 ‘아차’ 하고 곧바로 깨달으면서 오른손에서 칼을 놓았고, 천천히 칼을 치우면서 왼손을 드는데, 엄지손톱만 파이고 끝난다. 한숨을 몰아쉰다. 그래도 한참 아프다. 피는 안 나오지만 몹시 아프다. 고기를 썰 적에 ‘힘 빼고 썰기’를 하니까 그나마 엄지손가락을 안 베었다. 아니, 엄지손가락을 안 썰었다. 고깃결에 맞추어 위에서 아래로 꾸욱 하고 누르면서 고기썰기를 했기에 그나마 엄지손가락을 자르지 않았구나 싶다. 오른손에 조금이라도 힘을 주어 눌렀다면 어찌 되었을까. 참으로 끔찍한 노릇이다. 욱씬거리는 왼손을 들면서 ‘미안하다, 고맙다, 괜찮다’는 말을 쉴새없이 한다. 손가락 끝자리마다 손톱이 있는 까닭을 새삼스레 생각한다. 손톱이란 얼마나 대단하고 놀라운가. 4348.3.1.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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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의다락방 2015-03-01 13:44   좋아요 0 | URL
큰일날뻔 하셨네요~ 크게 다치지않아 다행입니다.아침밥상이 무척 먹음직스럽습니다^ ^

숲노래 2015-03-01 14:18   좋아요 0 | URL
이 사진은 저녁밥상이었어요.
요새는 참으로 조촐한 밥상만 차려요 ^^;
참말 손톱이 두꺼웁기 때문에
손가락이 안 베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