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꽃한테 가만히



  냉이꽃을 본다. 땅바닥에 납작 엎드리듯 조그맣게 붙은 냉이꽃을 본다. 겨울에 찬바람을 먹으면서 일찌감치 돋는 냉이꽃을 본다. 꽃이 피기 앞서 뿌리를 씩씩하게 내리고, 뿌리를 씩씩하게 내리면서 줄기를 기운차게 올리는 냉이는, 땅바닥에 판판하게 잎사귀를 내어놓으면서 햇볕을 먹는다. 냉이가 봄을 부르기에 봄이 올 수 있고, 봄이 냉이를 부르기에 냉이가 돋을 수 있으며, 우리가 봄을 바라면서 부르기에 봄이 오면서 냉이가 돋을 수 있다. 아이들을 불러서 냉이꽃 둘레에 쪼그려앉는다. 냉이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살짝 건드려 본다. 4348.3.1.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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