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난 딸기풀



  딸기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딸기풀은 겨울에 시들어 죽지 않는다. 겨울을 씩씩하게 나고서 봄에 싱그러운 줄기를 뻗어 잎을 내민다. 찬바람을 잔뜩 먹으면서 겨울을 보낸 딸기풀은 새봄에 부는 포근한 바람을 오랫동안 기다렸다. 새하얀 꽃을 피워 새빨간 열매를 맺는 꿈을 오랫동안 품에 담고 살았다.


 겨우내 잔뜩 웅크린 딸기풀은 봄볕을 받으면서 천천히 깨어난다. 봄볕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따스한 기운이 줄기와 잎과 뿌리에 가득하면, 새로운 줄기와 잎과 뿌리에 이 기운을 실어 맑은 꽃을 피우고, 맑은 꽃은 벌과 나비를 부르며, 벌나비가 꽃가루받이를 마친 뒤에 올망졸망 아리따운 알맹이를 들과 숲에 잔뜩 내놓아, 봄들과 봄숲을 멋지게 꾸며 준다.


  봄이 무르익을 때에 달콤하게 영그는 딸기알에는 겨울빛과 봄빛이 함께 있다. 겨울숨과 봄숨이 함께 어우러지는 딸기알이다. 이월 막바지에 만나는 딸기풀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봄이 얼마나 기쁜가 하고 마음속에 그림을 그린다. 4348.2.28.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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