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려줄 수 있는 책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라면 아이한테 무엇을 물려주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아이한테 보금자리를 물려줄 수 있습니다. 부동산이나 재산이 아닌 ‘보금자리’라고 하는 ‘집’을 물려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버이가 손수 일구어 지낸 보금자리는 ‘아름다운 삶터’입니다. 아이가 아이 나름대로 새로운 삶터를 손수 일구어도 아름답습니다만, 어버이가 아름다이 일군 삶터라면 굳이 이 삶터를 버려야 하지 않아요. 그래서 예부터 한 고장 한 마을 한 집에서 수백 해나 수천 해를 내리 살기도 합니다. 그만큼 그 고장 그 마을 그 집이 ‘살기에 넉넉하고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는 한곳에서 오래도록 살기 만만하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산다면 더더욱 어렵습니다. 도시는 자꾸 재개발을 하고, 아파트는 기껏해야 백 해조차 잇지 못합니다. 아니, 아파트는 쉰 해조차 못 잇기 일쑤입니다. 아파트도 한동안 ‘집’ 구실을 할는지 모르나, ‘보금자리’가 되지는 않습니다. 두고두고 지내면서 두고두고 온 사랑을 실어 물려주고 물려받을 만한 삶터가 되지는 못하는 아파트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이런 아파트에 살거나 다세대주택에서 삽니다. ‘머무는 집’은 있지만 ‘물려줄 집’은 없다고 할 만합니다.


  아이와 함께 읽는 책이라면, 어린이문학이라 한다면, ‘한때 반짝하고 읽힐 만한 책’이기보다는 ‘두고두고 물려줄 만한 책’일 때에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우리라 생각합니다. 한때 반짝하는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도 읽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더 마음을 기울여서 아끼면서 보듬을 책이라면, 권장도서도 추천도서도 아닌, 베스트셀러도 스테디셀러도 아닌, 사랑으로 읽고 꿈으로 되새길 책이어야지 싶습니다. 예부터 숱한 어버이가 사랑으로 일군 보금자리를 아이가 기쁘게 물려받듯이, 사랑스레 일군 글로 엮은 책을 아이가 기쁘게 물려받아서 두고두고 되읽고 새기면서 아름다운 꿈을 키울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물려주면서 더욱 기쁜 사랑입니다. 물려받으면서 더욱 고마운 삶입니다. 물려주면서 더욱 빛나는 보금자리입니다. 물려받으면서 더욱 눈부신 책입니다. 4348.2.28.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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