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피는 동백꽃
우리 집에는 동백나무가 한 그루 있다. 우리 도서관에는 동백나무가 여러 그루 있다. 우리 마을에는 동백나무가 곳곳에 많이 있다. 그래서 우리 마을은 동백마을일는지 모르는데, 매우 우람한 동백나무도 곳곳에서 볼 수 있고, 마을을 감싸안는 뒷메인 천등산에 있는 금탑사라는 절에도 무척 우람한 동백나무가 여러 그루 있다.
꽃마다 꽃이 피는 날이 다르다. 봄까지꽃이라 하더라도 같은 날에 함께 피지 않는다. 별꽃도 같은 날에 나란히 피지 않는다. 볕바른 자리에서는 먼저 피고, 볕이 덜 바른 자리에서는 나중에 핀다. 그리고, 이 꽃은 봄이 저물어 여름이 될 때까지 피니까, 차근차근 피고 진다.
우리 마을 둘레에서 가장 일찍 핀 동백꽃이라면 언제 피었다고 해야 할까? 섣달인 12월에 피면 가장 일찍 필까? 양력으로 첫달인 1월에 피면 가장 먼저 필까? 차례를 따질 수는 없으나, 섣달로 접어든 뒤에 피는 동백꽃이 있고, 1월과 2월에 피는 동백꽃이 있으며, 3월에 흐드러지다가 4월에도 이글이글 타는 동백꽃이 있다. 가만히 보면, 우리 집 동백나무는 꽤 느즈막하게 봉오리를 터뜨린다.
다른 고장에서는 2월에 무슨 꽃이냐 할는지 모르나, 우리 고장에서는 1월에도 12월에도 벌써 동백꽃을 보았다. 우리 도서관에 있는 동백나무를 살피니, 2월 끝자락인 요즈음에는 ‘다 지고 시든 동백꽃 봉오리’가 꽤 많다.
꽃이 피는 철은 함부로 말할 수 없다. 사람들 마음결이나 마음씨도 함부로 가를 수 없다. 우리 삶은 이것이다라든지 저것이다라고 함부로 나눌 수 없다. 4348.2.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