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거룩한 바보들의 길 (리 호이나키) 달팽이 펴냄, 2010.7.16.
에스파냐를 찾아가서 산티아고까지 가는 길을 걷는 사람이 퍽 많다. 유럽에서도 많고 한국에서도 많다. 이들은 그 길을 걸으면서 무엇을 보고 느끼면서 생각할까. 에스파냐로 가는 이들을 볼 때면 으레 속으로 묻는다. 이녁이 사는 마을 둘레를 하루쯤 걸어 보았느냐 하고. 이녁이 사는 마을에서 서울까지 걸어 보았느냐 하고. 서울부터 해남이든 부산이든 강진이든 남해이든 고흥이든 통영이든 여수이든 …… 이렇게 한국이라는 나라를 이레나 열흘이나 스무 날 즈음 걸어 보았느냐 하고.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에스파냐처럼 ‘삶을 돌아보도록 이끄는 길’이 없다고 할 만하다. 지자체와 정부에서 관광객을 끌어모으려고 마련하는 길은 수없이 생기지만, 막상 ‘삶길’은 없다. 한국에서는 모든 길이 고속도로요 ‘고속화도로’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고속도로와 고속화도로 때문에 ‘시골길’이 생긴다. ‘옛 국도’가 시골길이 된다. 1번 국도나 2번 국도가 아닌 ‘세 자릿수’나 ‘네 자릿수’ 시골길을 걷는 마음이 될 수 있다면, 지도책에 안 나오는 길을 걷는 마음이 될 수 있으면, 언제나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누릴 만하리라 본다. 따로 어떤 길을 골라서 걸어도 좋으나, 여느 때에 늘 길을 걸으면서 삶을 되새기고 내 모습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으면, 우리 하루는 언제 어디에서나 거룩하며 아름다운 삶길이 된다고 느낀다. 리 호이나키 님이 쓴 《산티아고 거룩한 바보들의 길》을 읽는데, 텔레비전이 어떤 것인지 일찍부터 알아챘다고 하는 이녁 마음결이 여러모로 내 눈길을 끈다. 재미있다. 4348.2.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