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슬기를 모아서



  글 한 꼭지를 쓸 적마다 내 ‘온 슬기’를 쏟는다. 글 한 꼭지를 마무리지으면 후련하고 기쁘면서 아쉽다. 온갖 느낌이 어우러진다. 그런데, 언제나 온 슬기를 쏟으니, 늘 새롭게 글을 쓸 수 있고, 다 쓴 글을 내려놓고 새로운 글로 나아갈 수 있다. 모든 글은 언제나 ‘처음’ 쓰는 글이 되고, 이 글을 마치면 ‘새로운’ 글을 쓰는데, 새로운 글을 쓸 적에도 다시 ‘처음’ 쓰는 글이 되니, 처음과 새로움이 늘 갈마든다. 숨을 한 번 마신 뒤에 다시 새롭게 마시듯이, 글을 한 번 쓴 뒤에 다시 새롭게 쓴다. 별을 한 번 보고 다시 새롭게 바라본다. 햇볕을 한 번 쬐고 다시 새롭게 쬔다. 씨앗을 한 번 심고 다시 새롭게 심는다. 모든 삶은 한 번 기쁘게 하면서 다시 새롭게 누린다. 4348.2.25.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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