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원역 언저리에서
설을 쇠고 고흥으로 돌아오려고 하는 길에 조치원역을 거쳤다. 조치원역 언저리에서 ‘광성음악사’라는 가게 옆을 지나갔다. 전화번호 국번이 세 자리이니 그리 오래되지 않은 간판일 텐데, 그래도 다른 간판하고 대면 퍽 나이가 든 간판이다. 나는 이러한 간판에 눈이 간다. 번쩍거리거나 커다란 간판은 내 눈에 안 들어온다.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는 헌 간판에 눈이 쏠린다. 예전에는 어느 도시에서나 간판에 따로 불빛이 깃들지 않았다. 조촐하고 수수하면서 이웃가게 간판하고 살가이 어우러졌다. 요즈음에는 이웃가게 간판보다 어떻게 하면 더 크게 할까 하는 대목만 사람들이 따지는구나 싶은데, 지난날에는 가게마다 간판을 알맞게 꾸려서 서로 사이좋게 어우러졌다. 혼자서만 살 수 없는 마을살이이다. 4348.2.2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골목길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