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책, 예쁜 사람



  온누리에 예쁜 책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온누리에 예쁜 사람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그러면, 온누리에 안 예쁜 책이나 안 예쁜 사람이 있을까요? 가만히 생각을 기울여 봅니다. 안 예쁜 책이 있다면, 어떤 책이 안 예쁠까요? 우스꽝스럽거나 엉터리 같은 이야기를 다루는 책은 안 예쁠까요? 이웃을 괴롭히거나 깎아내리는 이야기를 싣는 책은 안 예쁠까요? 아무래도 이런 책은 안 예쁘다고 여길 만합니다. 서로 어깨동무를 하려는 마음이 없다면 예쁜 책이라고 여기기 어렵습니다. 삶을 밝히지 못하는 책도 예쁘다고 하기 어렵고, 사랑과 등돌리거나 사랑을 가리거나 사랑을 도무지 모르는 책도 예쁘다고 하기 힘듭니다. 다만, 이러한 책도 앞으로는 스스로 어떤 모습인지 깨닫고 예쁜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앞으로 예쁜 모습으로 거듭나는 날까지는 ‘아직 예쁘지 않으나 이제부터 예쁜 길로 갈 책’이라고 할 만합니다. 예쁘지 않다 싶은 사람도 이와 같으리라 느껴요. 우리 마음속에 깃든 고운 님을 알아차리거나 바로보지 못한 채 이웃을 괴롭히는 사람은, 이웃뿐 아니라 나 스스로 내가 나를 괴롭히는 셈입니다. 이런 사람은 예쁠 수 없어요. 그러나, 내가 나를 스스로 괴롭히는 사람이 내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앞으로는 예쁜 삶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누구라도 모두 예쁜 사람이 됩니다. 이리하여 ‘아직 예쁘지는 않으나 이제부터 예쁜 사람으로 살아갈 책’이라고 할 만합니다.


  예쁜 책을 알아보고 장만해서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예쁜 사람입니다. 예쁜 사람이 손에 쥐는 책은 모두 예쁜 책입니다. 4348.2.22.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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