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11. 하루를 나무와 함께



  봄이 찾아온다. 곧 봄이다. 아니, 벌써 봄이라고 할 만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스스로 봄을 생각하면 바로 이때부터 봄이다. 여덟 살 큰아이가 뒤꼍에 함께 올라가서 나무한테 인사하는 아침에 나한테 묻는다. “아버지, 봄은 언제 와?” “응, 벼리가 부르면 봄이 오지.” “불렀는데 안 와.” “자꾸 부르면 돼.” “자꾸 불러도 안 와.” 얘야, 네가 ‘안 온다’고 생각하니까 안 오지. 그래서 말을 돌리기로 한다. “자, 여기를 봐. 여기 쑥이 올라왔어. 아주 작고 예쁜 싹이지.” “나도 그거 봤어.” 그래, 이 아이들을 보았고, 우리 집 매화나무에 몽글몽글 부푸는 꽃몽오리를 네가 보면서 가만히 말을 걸고 웃음으로 인사를 했으면, 이제는 바야흐로 봄이란다. 봄에도 바람이 아직 쌀쌀할 수 있고, 봄이지만 해가 안 나오고 어둑어둑한 아침일 수 있어. 봄에도 비가 오고, 봄에도 흐린 날이 있지. 겨울에도 포근한 날이 있고, 겨울에도 맑은 날이 있어. 우리는 언제나 즐겁게 노래하면서 하루를 나무한테 인사하면서 기쁘게 열면 돼. 그러면 우리는 언제나 봄마음이 된단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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