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 일반판 (3disc)
봉준호 감독, 송강호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설국열차

Snowpiercer, 2013



  적잖은 사람이 영화 〈설국열차〉를 보았다 하고, 이 영화가 좋았다 한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를 안 본(보았던)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하나였다). 먼저, 시골에는 극장이 없다. 그러니, 시골사람은 극장에 갈 수 없고, 극장에 갈 일도 없으며, 극장에 갈 일조차 없다. 시골에는 극장보다 훨씬 재미난 쉼터가 많다. 이를테면 바닷가라든지 골짜기라든지 마을 빨래터라든지 ……. 그러면, 〈설국열차〉는 보았는가? 디브이디로 나오고 나서 보았다. 한국에서 거의 천만 사람 가까운 숫자가 이 영화를 보았다 하니, 나는 ‘한국사람 아닌 사람’으로도 손꼽을 만할 텐데, 얼마 앞서 본 〈인터스텔라〉를 뺀다면, ‘한국 역대 관객 순위’ 열 손가락 안팎에 드는 영화 가운데 내가 본 영화는 거의 없다. 〈괴물〉은 지난해에 비로소 보았고, 〈아바타〉는 지지난해쯤 본 듯하다. 〈디워〉는 극장에서 본 듯한데, 〈동막골〉도 지지난해쯤 보았지 싶다.


  그러면 이런저런 영화를 왜 안 보았거나 뒤늦게 보는가? 내 마음을 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른 영화는 젖히고 〈설국열차〉를 2015년에 접어들어 본 느낌은 어떠한가? 따분하며, 덧없는 싸움질이 흐르고, 덧없는 싸움질조차 매우 어설프구나 싶다. 어린 가시내가 앞칸에서 어떤 사람들이 나올는지 미리 알아채는 모습이 곧잘 나오는데, 사람한테는 누구나 ‘셋째 눈(온눈, 제3의 눈)’이 있기 때문에, 이 눈을 뜬다면 얼마든지 알아챌 수 있다. 바퀴벌레 먹는 모습이 끔찍하기라도 하듯이 나오는데, 항생제와 농약과 비료로 절디전 곡식과 열매와 고기를 먹는 오늘날 사람들 밥버릇은 안 끔찍할는지 아리송하기도 하다.


  아무튼, 영화 〈설국열차〉는 만화책 《설국열차》를 바탕으로 찍었을 텐데, 만화에서 흐르는 이야기를 찬찬히 살리려는 몸짓이 없을 뿐더러, 그렇다고 영화에서만 남달리 보여줄 수 있는 숨결도 따로 도드라지지 않는다고, 아니 나타나지조차 않는다고 느낀다.


  다만, 영화 〈설국열차〉는 만화책 《설국열차》에서 가장 아쉽고 어설프다고 할 만한 대목을 영화감독이 눈치를 챈 듯, 이 대목을 맨 마지막에서 넌지시 보여준다.


  그렇다면, 만화책 《설국열차》에서 무엇이 가장 아쉽거나 어설픈가? 바로 ‘열차에 그대로 머물면 모두 죽는다’는 대목에서 아무도 벗어나려 하지 못하는 모습이 가장 아쉽고 어설프다. 만화를 그린 이한테는 이런 생각힘(상상력)이 없었구나 싶다. 왜냐하면, 끔찍한 전쟁무기 때문에 지구별이 꽁꽁 얼어붙었으면, ‘끔찍한 전쟁무기를 만든 생각과 힘과 슬기’를 ‘꽁꽁 얼어붙은 지구별이 다시 녹을 수 있도록 이끌 생각과 힘과 슬기’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감독이 이를 깨닫고 마지막 대목에서 이런 이야기를 보여주었는지, 아니면, 원작 만화와는 아무튼 다르게 꾸미고 싶어서 마지막 대목에서 이런 이야기를 끼워넣었는지 알 길은 없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두 아이가 살아남아서 ‘눈이 그치는 바깥누리’로 걸어서 나가는 모습을 그리지 않았으면, 나는 〈설국열차〉라는 영화를 한낱 덧없는 돈놀이로 흐르다가 그친 쓰레기 영화라고밖에 더 할 말이 없다. 4348.2.21.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영화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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