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10. 밥을 먹을 적에



  아이들은 밥을 먹을 적에 자꾸 딴짓을 하고 싶다. 가만히 보면 참말 그럴 만하구나 싶다. 몸을 조금도 가만히 둘 수 없는 아이들이니까 그렇다. 나도 어릴 적에 그러했는데, 이 아이들을 어찌 밥상맡에 얌전히 붙들어 맬 수 있을까. 목줄이나 손줄이나 발줄을 채우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밥상맡에 고분고분 앉아서 먹을 수 없다. 그런데 아이들은 여덟 살이 되면 학교에 가야 하고, 오늘날 학교는 마치 군대나 감옥처럼 ‘밥판’에 똑같은 밥과 국과 반찬을 똑같이 올려서 똑같은 틀(시간 제한)을 벗어나지 않도록 빨리 먹고 빨리 치우는 훈련을 받아야 한다. 아이 몸에 안 맞아도 억지로 먹어야 하고, 남기지 말아야 하며, 밥을 먹으며 떠들거나 놀지 말아야 하도록 길들여져야 한다. 아이들을 이렇게 길들여야 밥을 잘 먹을까? 아니다. 이렇게 한들 밥을 잘 먹지 않는다. 아이들은 차츰 철이 들면서 밥을 어떻게 먹을 적에 즐거운지 스스로 깨닫는다. 아이들이 밥짓기를 함께 할 때가 되면, 급식이나 교육이니 훈련이니 안 해도, 스스로 밥을 ‘제대로’ 잘 먹는다. 어버이와 어른은 이를 기쁘게 지켜보면서 아이를 이끌 수 있으면 된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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