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날
오늘 두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간다. ‘집’을 찾아서 길을 나선다. 그러면 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는 이곳은 어떤 곳일까. 나는 스무 살 무렵까지 이곳을 ‘집’으로 삼아서 지냈는데, 내가 돌아가려는 곳은 어떠한 터인가. 아이일 적에는 어버이와 지내는 자리가 ‘집’이고, 어른이 되면 제금을 나면서 새로 일구어야 하는 데가 ‘집’일까. 앞으로 우리 아이들은 저마다 어떤 집을 스스로 일굴 수 있을까. 나와 곁님은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집을 손수 일구거나 닦도록 북돋우거나 이끌 만할까.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집에서 산다. 그럴 만하다. 그러면 다 다른 집은 어디에 어떻게 있을 적에 아름다울까. 다 다른 우리들은 저마다 어떠한 터전을 보금자리로 가꾸면서 삶을 이룰까.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손수 가꿀 집은 얼마나 새롭고 놀라우면서 사랑스러울까 하고 헤아려 본다. 나는 우리 아이들한테 어떤 사랑과 꿈을 얼마나 넓고 깊이 물려주면서 이 아이들이 스스로 삶짓기·넋짓기·말짓기를 하도록 슬기롭게 어우러질 수 있을는지 곱씹어 본다. 4348.2.20.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