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하게 되풀이하는 장난감 광고
‘텔레비전이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서 사흘째 머문다. 이래저래 잘 뛰어놀던 아이들한테 한두 차례 만화영화를 보여주려 하는데, 만화영화가 조금 흐르다가 으레 광고가 나오는데, 참으로 오랫동안 똑같은 광고가 수없이 되풀이된다. 아이들이 장난감이나 인형을 반드시 사야 하도록 머릿속에 어떤 그림을 팍팍 집어넣으려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참 보다가 끊어진 만화영화를 더 보려면 광고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아이들한테 장난감을 사라고 부추기는 광고를 보면 ‘너, 이것 사 달라고 조르지 않으면 안 돼’ 하고 길들이는 이야기가 흐른다.
예부터 장난감은 언제나 어버이가 손수 깎고 다듬어서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이 제법 자라면 굳이 어버이 손을 빌지 않아도, 아이들이 손수 깎고 다듬어서 스스로 즐겼다. 이제 장난감은 가게에 가서 꽤 많은 돈을 치러서 장만해야 하는 것이 된다. 오늘날 어버이가 장난감을 손수 깎고 다듬어서 선물하고 싶다 하더라도, 집 둘레에서 나무를 얻기란 아주 힘들다. 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마땅한 나무를 어디에서 찾을까? 시골에서는 이럭저럭 나무를 얻는다 하더라도, 도시에서는 나무를 어디에서 볼 수 있는가?
숲을 잃고 나무를 빼앗긴 오늘날 사람들은 삶을 손수 지어서 누리는 길을 아주 잃거나 잊는다. 숲과 나무를 곁에서 누리지 못하는 오늘날 사람들은 오로지 돈만 많이 벌어야 하는 얼거리에 스스로 갇힌다. 텔레비전을 꺼도 가게마다 온갖 장난감이 아이들을 꼬드긴다. 4348.2.19.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