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 글씨쓰기



  큰아이는 한글을 익힌다. 이제 거의 모든 한글을 다 읽을 줄 알지만, 아직 아이 스스로 입으로 하는 말이나 둘레에서 들려주는 말을 모두 옮겨서 적지는 못 한다. 그러니 아직 한글을 익히는 나이라 할 만하다. 어떤 아이는 예닐곱 살에 한글쯤 수월하게 뗐을는지 모르는데, 우리 집 여덟 살 큰아이는 이 아이 삶결에 맞게 슬기롭게 글을 익히면서 논다고 느낀다. 아이 스스로 궁금할 때에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고,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 적마다 새로운 기쁨으로 글누리를 한껏 밝힌다.


  나는 어떠했을까? 나는 예닐곱 살 적에 한글을 어떻게 만났을까? 나는 여덟 살에 들어선 뒤 비로소 한글을 읽지 않았을까? 어쩌면 일곱 살에 한글을 미리 읽었을까?


  새로운 기쁨을 누릴 수 있기에 배우는 삶이 아름답다. 새로운 기쁨을 나눌 수 있기에 가르치는 사랑이 곱다. 아이가 처음 글씨를 익히면서 또박또박 쓰고 다시 쓰면서 손에 야무진 힘이 깃들듯이, 어른이 처음 제 넋과 삶을 글로 옮길 적에도 기쁘고 씩씩하게 쓰고 새롭게 쓰면서 온몸과 온마음에 따순 기운이 깃든다. 4348.2.1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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