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금나무 사잇길
음성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이들을 이끌고 충주로 나들이를 시켜 줍니다. 음성을 지나서 충주로 접어들 무렵, 길가를 따라 능금나무가 섭니다. 능금나무는 가지가 이리저리 잘리고 구부러진 모습입니다. 틀림없이 나무이기는 나무인데, 하늘로 줄기를 올리지 못하고 아래나 옆으로 줄기가 구불구불합니다.
만화영화 〈빨간머리 앤〉을 문득 떠올립니다. 〈빨간머리 앤〉 첫 이야기를 보면, 앤이 ‘푸른지붕 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능금나무 사잇길”을 지나갑니다. 능금꽃이 하얗게 핀 사잇길이요, 능금꽃이 바람 따라 날리면서 몹시 아름다운 꽃잔치와 빛잔치가 이루어집니다. 앤이 마차를 타고 지나가는 능금나무 사잇길을 보면, 능금나무가 줄기가 매우 굵고 키도 무척 큽니다. 우람한 능금나무는 꽃그늘을 드리우기도 합니다.
만화영화 〈빨간머리 앤〉을 보면, 시골사람 누구나 사다리를 타고 능금알을 땁니다. 줄기나 가지를 억지로 휘어감거나 짓눌러서 능금알이 맺히도록 한 다음 따지 않습니다. 4348.2.1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