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마음



  나는 할아버지가 아니니 할아버지 마음을 모릅니다. 나는 어머니가 아니니 어머니 마음을 모릅니다. 그러나 나 스스로 내 둘레 따사로운 숨결을 헤아리거나 읽거나 느끼려 한다면, 얼마든지 헤아리거나 읽거나 느낄 수 있습니다. 내가 스스로 생각을 쓰지 않고, 찬찬히 바라보면서 맞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에,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어떠한 마음인지 모르기 마련입니다.


  이리하여, 나는 나 스스로도 모르고 내 둘레도 모릅니다.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어떠한 마음인지 헤아리려 하지 않을 적에는, 나 스스로 내가 어떤 마음인지 헤아리려 하지 않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누구인가 하고 스스로 묻고 스스로 길을 찾을 적에, 시나브로 내 둘레 사람들은 누구이며 어떠한 숨결인가 하고 헤아립니다. 내가 나를 찾을 적에, 나는 나를 둘러싼 이웃과 동무가 어떠한 넋으로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인가 하는 대목을 느끼고 마주하며 바라보아서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 집 두 아이와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 마음도 할아버지 마음도 하나하나 헤아려 봅니다. 4348.2.1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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