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선물 장만하기
설날에 음성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찾아갈 기차표는 끊는다. 기차표를 끊을 즈음 마침 찻삯이 생겼다. 설날을 앞두고 기차역까지 가야 할 텐데, 찻삯이라든지 음성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가면서 어떤 선물을 챙겨야 할는지 그림이 떠오르지 않는다. 주머니에 돈이 없기도 했다. 기차를 타러 가는 날까지 두 아이는 기침감기가 매우 깊었다. 날마다 개구지게 뛰노는 두 아이가 기침감기로 애먹으면서 스스로 이부자리에 누워서 안 일어나기 일쑤였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하루에 열두 시간 남짓 자면서 기침이 그치지 않았다. 작은아이는 어제 아주 일찍 잠들었다. 작은아이는 어제 열세 시간쯤 잔 듯하다. 이렇게 자고 나니 몸이 개운해졌을까. 큰아이도 오늘 아침에 기침이 아주 사라졌다. 더러 재채기 비슷하게 하지만 기침까지는 아니다.
두 아이 몸이 꽤 나아졌으니 기쁘게 마실길을 나선다. 기차역까지 가는 찻삯만 들고 마실을 간다. 기차역까지 가는 동안 우리 은행계좌에 살림돈이 들어올까, 들어오겠지, 들어온다, 들어오지, 하고 생각한다. 기차역에 닿는다. 순천 기차역이 여러모로 바뀌었다. 순천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생겼다. 음성 할아버지가 좋아할 만한 ‘순천 갈대술’이 한 병에 11000원이고, 음성 할머니한테 드릴 만한 ‘돼지감자 소금 선물꾸러미’가 19000원이다. 주머니에 3만 원이 될까? 되네. 고마운 손길을 받아서 설날 선물을 두 가지 장만한다. 이제 기차에 오른다. 기차에서 두 아이는 개구지게 논다. 4348.2.17.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