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어야 할까?



  문득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어야 할까? 그렇다면 그렇고, 안 그렇다면 안 그렇다. 가만히 헤아려 보니, 나는 마흔 몇 해를 살면서, 이제껏 ‘내 글을 다른 사람이 더 많이 읽어 주기 바란’ 적이 한 차례조차 없다. 나는 이제껏 ‘써야 하는구나 하고 느낀 글’만 신나게 쓰면서 살았다.


  그렇다고 ‘읽을 사람을 아예 생각하지 않고 쓴 글’은 없다. 내가 쓰는 모든 글은 읽을 사람을 생각하면서 쓰는 글이다. 읽을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글을 쓸 까닭조차 없다.


  그러면 나는 왜 ‘더 많은 사람이 읽어 주기’를 이제껏 한 차례도 안 바랐는가? 나로서는 ‘써야 하는구나 하고 느낀 글’이 워낙 많아서 이 글을 쓰느라 늘 부지런해야 했다. 그리고 이 글은 ‘읽을 값과 뜻이 있는 글’이니, 스스로 눈을 뜨려 하는 사람이라면 언제 어디에서라도 내 글을 찾아서 읽으리라고 느꼈다. 굳이 내가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글을 읽혀야 한다고 느끼지 않았고, 나 또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이래라 저래라 말할 마음이 없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훌륭하거나 대단하거나 놀라운 글이라 하더라도, ‘읽을 사람’ 스스로 ‘마음을 열고 눈을 뜨면서 다가오지’ 않으면 하나도 못 알아듣고 조금도 못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 글을 쓰든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알아보고 나서 제대로 눈을 뜨고 제대로 삶을 짓기’를 바랐다. 이제껏 이렇게 살았다. 그리고, 이제부터 생각을 고치기로 한다. ‘한 사람이라도’가 아니라 ‘삶을 찾고 사랑을 찾으며 꿈을 찾으려는 사람들 누구나’ ‘제대로 알아보고 제대로 눈을 뜨며 제대로 웃고 노래하기’를 바라는 뜻으로 글을 쓰려 한다. 4348.2.14.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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