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5.2.11.
: 기침하는 작은아이
- 도서관 이야기책을 부치러 면소재지에 간다. 2월 첫날에 펴낸 도서관 이야기책은, 오늘 열여섯 통을 마저 부치면서 다 보낸다. 작은아이도 함께 자전거에 태우고 싶지만, 어제부터 기침을 밭게 해서 못 데려간다. 작은아이한테 네가 몸이 힘들어서 이렇게 기침이 밭으니 찬바람을 쐬는 자전거마실에는 못 데려간다고, 집에서 누워서 쉬어야 한다고 말하니, 작은아이는 울음을 터뜨리면서도 스스로 몸이 고단한 줄 알아서 이부자리로 들어간다. 자, 자, 이럴 때야말로 더 신나게 이부자리에 드러누워서 몸을 달래야 얼른 기침을 털고 씩씩하게 일어서지. 일어서면서 웃어야지. 네 몸을 네 스스로 얼른 달래어 자전거마실을 누나랑 기쁘게 다녀야지.
- 이레 만에 자전거마실을 하는데, 바람결이 더욱 포근하다. 바닷바람이 제법 무르익는다. 살랑살랑 따사롭다고 할 만하다. 바야흐로 겨울이 끝자락에서도 더 끝자락으로 왔구나. 우체국만 들러서 편지를 열여섯 통 부친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노래를 부른다. 논둑길을 달리면서 노래를 부른다. 아버지가 목청껏 노래를 부른 뒤, 큰아이도 샛자전거에서 목청껏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부르며 논둑길을 달릴 수 있는 자전거란 얼마나 즐거우면서 멋진가. 내가 보기에도 우리 자전거는 참으로 즐거우면서 멋지다.
- 논둑길을 한참 달리다가 겉옷 한 벌을 벗는다. 면소재지에 들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반소매를 입어도 되겠다. 반바지를 입어도 되겠다. 볕도 바람도 아주 폭하다. 큰길에 군내버스 한 대가 천천히 지나간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