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5.2.4.

 : 바람이 다시



- 이튿날(2.5.)부터 바깥마실을 가기로 한다. 곁님은 고흥집을 지키고, 두 아이를 데리고 인천과 일산에 가기로 한다. 열흘 뒤에 아이들 큰아버지 생일이기도 하고, 큰아버지가 올해 설에 음성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못 간다고 하기에, 두 아이가 큰아버지한테 설인사를 하도록 할 뜻에다가, 큰아버지한테 미역국을 끓여 주려 한다. 이러고 나서 일산으로 건너가서 일산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이모와 이모부와 삼촌한테도 설인사를 하도록 하자고 생각한다. 바깥마실을 가기 앞서 자전거를 달린다. 한동안 자전거를 못 탈 테니까.


- 도서관 이야기책을 봉투에 꾸려 면소재지 우체국으로 간다. 우리 집에서 면소재지로 달리는 길은 ‘뭍에서 바다’로 가는 길이다. 가을이 저물면서 겨울이 될 무렵에는 바람이 바뀌어 ‘뭍바람’인데, 겨울이 저물면서 봄이 될 무렵에는 다시 바람이 바뀌어 ‘바닷바람’이다. 오롯이 바닷바람은 아니나 제법 바닷바람다운 결을 느낀다. 아, 그래, 참말 철이 바뀌는구나. 올해 겨울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 아이들은 바람결이 바뀐 줄 알까. 아마 아이들도 느끼리라. 바람결이 겨울바람치고 그리 차갑지 않을 뿐 아니라, 해가 길어지기도 했다. 아이들한테 바람결이 어떠하느냐고 묻지 않아서 아이들은 몸으로는 느끼되 머리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수 있다. 해가 길어진 모습은 내가 아이들한테 묻지 않아도, 큰아이가 먼저 알아보면서 이야기한다.


- 우리 자전거마실은 참으로 기쁘면서 즐겁지. 철마다 철을 느끼니 기쁘고, 철마다 새로운 바람을 마시니 즐거워. 이월바람을 끝으로 겨울바람이 저문다. 이 끝자락 겨울바람을 맛나게 먹자.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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