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원
나흘에 걸친 바깥마실을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오면서, 읍내 가게에 들러 몇 가지 먹을거리를 장만할 때이다. 이제 셈을 치르고 나오려는데 여덟 살 큰아이가 아버지를 부른다. “아버지, 나 껌.” “응?” “나 풍선껌 할래.” “껌 하지 말자.” 이 말에 큰아이는 아주 시무룩한 낯빛이 된다. 셈을 치르고 나오는데 아주 찜찜하다. 문득 큰아이 세뱃돈이 떠오른다. 설은 아직 멀었으나, 설에는 일산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갈 수 없기에 미리 절을 하고 받은 돈이 있다. 그래, 그렇게 하자. “자, 벼리야 네 세뱃돈 줄 테니까 껌 사.” “응!” “동생 몫으로 따로 한 통 더 사.” “응! 알았어!” 큰아이는 종이돈을 들고 후다닥 달린다. 풍선껌 두 통을 골라서 셈대에 줄을 서서 기다린다. 풍선껌 한 통 값은 400원. 두 통은 800원. 큰아이는 풍선껌 두 통을 손에 쥐고 활짝 웃음꽃을 핀다. 너는 껌이 아니라 풍선을 빚고 싶었지, 아버지가 깜짝 잊었다. 4348.2.1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