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울 때에 읽는다
어느 책이든 새로울 때에 읽는다. 새롭지 않은 책은 읽을 수 없다. 새롭지 않은 책은 재미있지 않으며, 즐겁지 않고, 아름답지 않다. 갓 태어난 책이기에 새로운 책이 되지 않는다. 나온 지 며칠 안 되거나 몇 달 안 된 책이기에 새로운 책이 되지 않는다. 나온 지 여러 해 되거나 여러 백 해가 흐른 책이기에 새로운 책이 못 되지 않는다. 새로운 책은 ‘나이’로 따지지 않는다. 새로운 책은 오직 ‘책에 깃든 숨결’로 살핀다. 책에 깃든 숨결이 새로울 때에 ‘새로운 책’이 된다. 그리고, 책을 마주하거나 바라보는 내 눈길과 숨결이 새로울 때에, 내 손에 닿는 책은 모두 ‘새로운 책’이 된다.
책에 깃든 숨결이 새롭고, 책을 마주하는 내 숨결이 새롭다면, 아름답게 새로운 빛과 어둠이 만나서 새로운 이야기가 태어날 테지. 아이들이 그림책 한 권을 노래하듯이 읽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괜히 가슴이 찡하다. 4348.2.1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책 언저리)
